▲김지하 회고록 <흰 그늘의 길>김지하 회고록 <흰 그늘의 길>
학고재
<우주생명학>은 1부 <궁궁弓弓 유리 화엄 대개벽>, 2부 <우주생명학(1)>, 2부 <우주생명학(2)>, 3부 <우주생명학(3)>으로 구성되었다. 서문이다.
나는 최근 누군가를 나도 모르게 더듬어 찾고 있었다.
누굴까?
잃어버린 선생 수운(水雲)이시다.
그런데 겨울 어느 날 선생님이 오셨다.
그래서 이 책이 시작된다.
모른다.
나는 이 책이 이제부터의 이 나라와
세계의 길이라는 것, 그것뿐!
그리고 짧은 '시김새'와 함께
나는 이제 어릴 적의 한(恨)〈그림〉으로.
그리고 저 산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뿐! (주석 13)
마지막 저서 <우주생명학>은 240쪽에 불과한 산문집이지만 그의 사유와 사상ㆍ철학이 오롯이 담긴 역저이다. 주제에 따라서는 섹트와 픽션이 섞이고 실제와 상상력이 부딪치는 등 논리성은 부족하지만, 그만이 갖고 있는 사유의 세계를 여전히 식지 않은 입담과 필력으로 종횡무진한다. 다음 대목을 보자.
미국 노암 촘스키가 인정했듯이 한국은 지난 60여 년 동안에 어렵게도 그 엄혹한 분단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였다.
이제 새로운 국가목표가 제시되고, 근본적인 요구인 '남녀ㆍ음양ㆍ빈부'등의 본질적 해방과 평등이 성취되는 '통일'과 '동서사상 화합'과 세계 인류의 새 길을 이끌어 갈 '참 메시지 민족의 길'을 창조해야 하고 우주와 생명의 큰 변화 속에서 참다운 '선후천융합대개벽(先後天融合大開闢)'을 이루어야만 한다.
그것이 '궁궁弓弓 유리 화엄 대개벽'이다.
이미 다 공언되어 있듯이 '궁궁(弓弓)'은 동학의 진정한 세계상이요, '유리'는 정역(正易)의 앞으로 올 춘분ㆍ추분 중심의 4천년 유리세계와 '세계 여권운동'의 상징적 목표인 '유리천정'의 그 '유리'다. 그리고 당나라 여자 임금 측천무후가 창안한 상업시장인 '유리창'의 표현이다. (주석 14)
김지하가 말년에 쓴 원고를 정리하여 마지막 책으로 엮은 손정순의 견해이다.
김지하 시인 스스로가 2여 년의 시간을 통과하며 그의 시학과 미학사상을 정리하며 펴낸 시집 <흰그늘>과 산문집 <우주생명학>은 한 개인의 문학사적 위치와 작품의 성과를 묻기에 앞서, 온갖 모순과 혼돈으로 점철된 21세기 속에서 우리의 동질성과 주체성을 어떻게 세워갈 것인가 하는 새 길, 새 문명에 대한 질문과도 맞닿아 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작업이라 믿는다. (주석 15)
주석
12> 손정순, <김지하의 시학과 미학사상을 정리한 마지막 저서>, <쿨투라>, 2022년 7월호.
13> <우주생명학>, <작가의 말>, 작가, 2018.
14> 앞의 책, 12쪽.
15> 손정순, 앞의 책, 81쪽.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