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 <유목과 은둔> 마산문화문고시인 김지하 <유목과 은둔> 마산문화문고
창비
전기문학의 거장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에서 몇 사람의 사례를 찾는다.
무엇보다도 정신의 생명력이 이 병들고 쇠약한 육체를 이겨낸, 이러한 인간승리는 유례없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병자였고, 그의 청동 같은 불후의 명작은 부서지고 무력한 팔다리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가물가물 타오르는 정신의 불꽃에서 얻어낸 것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의 몸 한가운데 가장 위험한 병이 도사리고 있었고, 이는 영원히 현현하는 무서운 죽음의 표상인 간질병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그가 예술활동을 펴온, 삼십 년간 간질을 앓았다. (주석 9)
병리학적으로 볼 때 횔덜린에게는 명백하게 드러난 파멸은 없었고, 건강한 정신과 병적인 정신 사이의 명확한 경계선도 없었다. 횔덜린은 아주 서서히 내면으로부터 불이 붙은 것이다. 광기의 힘은 깨어 있는 그의 이성을 산불처럼 눈깜짝할 사이에 태워 버린 것이 아니라,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타고 있는 불마냥 서서히 태웠던 것이다. 그의 존재의 일부인 신적인 부분만이, 다시 말해서 시와 가장 잘 결합되어 있는 부분만이 석면(石綿)처럼 저항했다. 그러니까 그의 시적 통찰력은 광기를 극복했고, 선율은 논리를, 리듬은 언어를 극복했다. 어쩌면 횔덜린은, 시가 이성보다 더 오래 지속되어 파멸의 상황에서도 절대적 완성에 이른 유일한 예가 될 것이다. (주석 10)
머리를 마비시킬 정도로 지끈지끈 쑤시는 두통으로, 니체는 비틀거리며 몇날 며칠 동안 감각을 잃고 소파와 침대의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각혈을 동반한 위경련ㆍ편두통ㆍ신열ㆍ식욕부진ㆍ무력감ㆍ치질ㆍ변비ㆍ오한과 밤이면 식은땀을 흘리는 증세, 그리고 오싹할 정도로 나쁜 혈액순환이 끔찍한 병마령들이다. 게다가 거의 장님에 가까울 정도로 나쁜 혈액순환이 그 끔찍한 병마령들이다. 게다가 '거의 장님에 가까울 정도로 나쁜, 두 눈'은 조금만 무리를 해도 곧 부어오르며,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정신노동자인 그는 두 눈의 시력으로는 '하루에 한 시간 반' 이상 일할 수 없었다. (주석 11)
주석
7> <추모문화제 자료집>, 76~77쪽.
8> <뭉치면 죽고 헤치면 산다>, 37쪽.
9> 슈테판츠바이크, <천재와 광기>, 97쪽.
10> 앞의 책, 265쪽.
11> 앞의 책,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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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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