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 광고일제강점기시기 신문에 나온 정종 광고들
국립중앙도서관
해방 후에도 청주 제조장이 적산(敵産)으로 넘어오면서 일본 청주는 지속적으로 생산되었다. 자연스럽게 정종(正宗)하면 좋은 술을 뜻하는 단어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고 고급술로 인식 되었다. 이후에 명절에 좋은 술을 올린다는 생각에 일본식 '정종' 술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도 '정종'이라는 단어를 우리의 맑은 술 또는 약주로 잘못 알고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차례주'라 해서 누룩을 사용하고 전통 제조법으로 만든 술의 사용 비율이 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가정에서는 '정종'을 제사에 사용하고는 한다. 최근 여자는 제사 음식만 만들고 남자는 제사만 지내는 이분법적 형태의 과거 잘못된 제사 문화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술 역시 일본식 술인 '청주=정종'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 전통주를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차례에 어떤 전통주를 사용할지 큰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술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 시대 왕실의 으뜸가는 행사 중 하나였던 종묘제례에서도 막걸리와 맑은 술(약주)이 사용되었다.
종묘제례에서는 모두 세 차례 술을 올리는데, 첫 번째 올리는 '예제'는 단술(감주)이며, 두 번째 올리는 '앙제'는 술을 여과하지 않고 만든 탁한 술(막걸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맑은술(약주)을 올렸다. 아직도 부산·경남 지방에서는 제사나 차례상에 막걸리를 사용하는 전통이 남아 있다.
전국에는 800개 정도의 지역 전통주 양조장들이 존재한다. 각 도에 적어도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양조장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술들은 지역의 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 햅쌀을 사용하기에 과거 조상에게 올렸던 신도주를 차례 상에 올리는 것이 된다.
또한, 제사 술은 조상들에게 좋은 술을 올리는 것도 있지만 '음복'을 통해 우리도 좋은 술을 마시게 된다. 올 추석 차례에는 '정종' 대신 지역에서 생산되는 지역 전통주들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