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묘량이야기 창간호.
이민희
'신문'은 마을을 탐구하는 활동이다. 신문에 담을 이야기를 찾고 사람을 만나고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면서 마을을 들여다보고 알아간다. 우리 마을의 좋은 점, 나쁜 점, 키울 점, 고칠 점을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다.
별 생각 없이 지나갔던 장소들, 무심하게 스쳤던 사람들,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소소한 이야기들이 가치 있게 살아난다. 크고 작은 모든 일에는 저마다의 이유와 서사가 있다. 논리적, 분석적,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단면이었던 세상이 입체가 된다. 아이들의 첫 신문 작업은 사안을 입체적으로 다루는 연습을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편집회의에서 학내든 학외든 상관없이 '쓰고 싶은 것'을 하나씩 쓰자고 하였다. 각자 취재 계획을 세웠다. 사람을 최대한 많이 만나고 관련 자료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자. 가장 중요한 건 '성실성'이다. 성실하고 꼼꼼하게 만나고 모아야 한다. 되도록 많은 정보가 있어야 사안의 본질에 닿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오보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글감이 많으면 좋은 글을 쓸 확률도 높아진다. 아이들에게 이것만 강조했다.
기사를 쓰는 단계로 넘어가자 아우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튜브 '짤'에 익숙하고 독서도 학습 만화 위주인 아이들이 '기승전결'을 갖춘 완결된 구조의 글을 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직접 취재한 내용을 기사로 만들기 위해 재정리하는 것에서부터 갈피를 못 잡았다. 일단 초고를 썼다. 예상했던 대로 엉망이다. 기사 마감 날짜는 이미 정해졌는데 진퇴양난일세!
짧은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 고치다 보니 발견된 빈구석을 채우기 위해 다시 취재를 해야 했다. 그렇게 글을 다듬는 과정은 꽤 많은 인내심을 요구했다. 수시로 학교를 들락거리며 기사에 관해 토론하고 소통했다. 아이들은 밤12시가 되어도 고친 기사를 이메일로, 문자로 보내왔다. 정성이 갸륵해서 신문은 반드시 나오겠구나 싶었다. <와글와글 묘량이야기>는 순전히 끈기와 인내의 결과물이다.
쉬운 것을 반복하는 게 공부는 아니다.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직접 걸어야 배울 수 있다. 공부란 낯설고 두렵고 어렵고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때로는 즐기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마을신문 제작은 이를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교과서가 아닐까.
왜 '마을교육과정'인가?
우리마을역사탐험대(3학년), 어린이농부학교(4학년), 마을생태과학교실(5학년), 와글와글마을기자단(6학년). '묘량마을교육과정'은 묘량중앙초등학교와 깨움마을학교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마을교육 프로젝트다.
학교 담장을 넘어 마을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확장하고, 아이들이 마을을 통해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교과서의 틀을 깨고 삶과 밀착된 배움, 과목과 과목이 융합하는 교육, 학교라는 제한된 시공간에서 하기 힘든 다양한 경험들은 마을로 눈을 돌렸을 때 가능하다.
교육과정이란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된 교육 내용과 학습 활동을 체계적으로 편성 조직한 전체 계획'이다. 교육의 혁신은 교실의 혁신, 수업의 혁신이다. 그 핵심 내용은 교육과정을 혁신하는 것이다.
마을교육과정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은 학교 입장에서는 교육과정을 혁신하는 것이고, 마을의 입장에서는 공교육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것이다. 학교와 마을이 '교육'이라는 카테고리로 융합함으로써 이전에는 달성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배움의 장을 연다.
마을교육과정을 통해 아이들을 농부로, 생태학자로, 기자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삶과 배움이 마을이라는 공간안에 존재하기를 바란다. 아이들의 존재가 마을에서 분리되지 않고 마을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대접받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마을안에서 관계 맺고 경험하고 참여하고 발언하는 모든 기회들이 배움이 되기를 바란다. 마을은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해나가는 요람이 되어야 한다.
처음 약속한 대로 창간호를 무사히 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반기에는 두 차례 더 신문을 낼 계획이다. 묘한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우리는 또 어떤 좌충우돌을 겪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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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만 보던 아이들이 만든 신문, 그 놀라운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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