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앞잡이 초접사 여권사진암컷 길앞잡이가 땅에 알을 낳고 있는 장면.
이상헌
바퀴벌레가 빠르다고는 하나 길앞잡이에 비하면 굼벵이나 다름없다. 인간으로 치자면 시속 300km의 속도로 질주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손을 뻗어 잡을라 치면 저만치 앞서 가고 뒤따라 쫓아가면 또 다시 거리를 벌린다. 몇 번 이렇게 헛탕을 치고 나면 슬슬 오기가 발동한다. 꼭 한번 포획을 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글쓴이가 말하는 포획이란 사진에 담는 것을 뜻한다. 그것도 초접사(Macro) 이미지로 말이다. 즉, 곤충의 겹눈 구조까지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대상물을 몇 배로 확대해서 찍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렌즈와 피사체가 맞닿을 정도로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만 한다. 따라서 녀석들의 이런 행동은 사진가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일이 된다.
너무 빨라 눈 앞에 뵈는 것이 없다
빛살이 따가운 오뉴월 한낮에 길앞잡이와 술래잡기를 하다보면 진액이 목덜미를 타고 흐른다. 녀석들이 서식하는 환경은 새싹이 듬성듬성 자라나는 흙길에 햇볕이 풍부하게 내리쬐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든 지 수년 동안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땅바닥을 기다가 드디어 길앞잡이를 이미지 센서 가득히 담아낼 수 있었다. 크롭(촬영 후 일부만 잘라낸 사진)하지 않은 완벽한 상태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