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다리독나방의 군무짝짓기를 위해 수십에서 수백마리가 모여 춤판을 벌리고 있는 광경.
이상헌
아마도 이 가사를 만든 사람은 나비 같은 곤충의 군무를 보고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매년 봄이 되면 여의도 윤중로는 벚꽃을 보기 위한 행락객으로 미어 터진다. 그런데 벚꽃놀이는 저리 가라 할만큼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바로 황다리독나방의 떼춤이다. 5월 경에 층층나무를 찾아보라. 그리고 거기에 애벌레들이 많이 눈에 띈다면, 당신은 지독스럽게도 운이 좋은 사람이다. 수백 마리의 나방이 모여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광경을 생각해보라.
황다리독나방의 춤사위는 마치 살아있는 하얀 꽃잎이 하늘로 부유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한번 보면 넋을 빼앗겨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될 것이다. 인파에 떠밀린 나들이 보다는, 호젓한 산길에 앉아 녀석들의 짝짓기 춤을 보는 것이 더욱 흥미로운 일이다.
자연은 스스로 평형을 유지한다
황다리독나방의 한살이를 따라가 보자. 아무 때나 녀석들의 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서 어떤 한 종이 이상 증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곤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평생에 두어 번 볼까 말까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은 이렇게 흥분되는 장면을 거의 볼 수 없을터인데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단지 몇 마리가 나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층층나무를 먹이식물로 하는 녀석들은 오뉴월에 한 장소에 모여서 짝짓기를 하고 짧은 생을 마감한다. 수백 마리나 되는 하얀 나방이 너울너울 춤을 추는 장면을 보게 되면 누구나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글쓴이 또한 이 광경을 보면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경험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잊히지 않는 영구기억이다. 당시의 느낌이 너무나 강렬해서 동영상으로 담는 것을 깜빡했을 정도니까.
우리의 판단으로 황다리독나방은 층층나무 잎을 갉아 먹기에 해충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독불장군 층층나무의 성장을 제어하는 자연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계는 어느 한 종이 웃자라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층층나무는 가지가 옆으로 나면서 층을 이루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생장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잎이 커서 햇빛을 독차지하므로 다른 나무가 자라는 것을 막는다. 이때 황다리독나방의 출현은 층층나무의 기세를 일시적으로 약하게 하여 다른 나무들이 자랄 기회를 조금이나마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황다리독나방에 의해서 층층나무가 죽는 경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