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바구미 위에 올라탄 남가뢰 유충들위치 선정을 잘못하여 결국에는 죽는다
이상헌
한편, 바로 옆 풀밭에서 털보바구미 위에 올라탄 남가뢰 새끼들을 찾았다. 이놈들은 위치 선정을 잘못해서 결국은 다 죽는다. 애벌레는 여섯 개의 다리마다 3개의 갈고리 같은 발톱이 달려있어 다른 곤충의 털을 잡고 올라타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어떤 종은 기막힌 사기극을 벌이는데, 수백 마리가 뭉쳐서 암벌로 위장을 하고 심지어는 짝짓기 페로몬까지 풍긴다. 이 화학 신호에 이끌린 수벌이 꽃 위에 앉으면 신기루처럼 흩어져 몸에 찰싹 달라붙는다. 허탕을 친 수컷이 다른 암컷을 찾아 구애를 하면 이때 암벌에 환승하여 둥지에 잠입한다.
남가뢰 체내에는 칸타리딘(cantharidin)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다. 위험을 느끼면 노랑색 독액이 방울방울 관절 사이로 나온다. 여기에 닿으면 화학적 화상을 입는다. 실제로 농사일을 하다가 이 액체에 노출되어 통증과 함께 피부에 물집이 잡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물집(Blister) 딱정벌레라고 불리운다. 때로는 가축이 풀을 먹다가 가뢰까지 삼켜서 죽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