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TV토론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2012년 오바마가 대통령에 재선된 뒤,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변화하는 인구 구성 분포 때문에 앞으로 공화당이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있었다. 라티노, 아시안과 같은 비(非)백인 인구 및 젊은 층이 꾸준히 애리조나, 텍사스, 조지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도심 지역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전망은, 2020년 전통적으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애리조나와 조지아가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을 뽑아줌으로써 사실로 입증되었다.
그런데, 2016년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전국적으로 300만 표 가까이 적게 득표하고도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에서 크게 이겨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트럼프의 등장은, 당시 평생 투표 한번 안 해본 백인층이 투표장에 나가 선거를 하고 싶도록 일종의 '동기부여'를 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공화당 후보와는 달리, 트럼프는 이들 귀에 혹할 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합법 국내 이주민체류자 무조건 추방, 강경 이민 정책, 멕시코와 맞닿은 남쪽 국경에 벽 쌓기, 회교도 비하 및 차별 발언과 같은 분리를 조장하는 등이 그렇다. 물론 공화당이 민주당에 비해서 불법 체류나 이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것은 맞지만, 2016년 트럼프 등장 이전까지 백인 우월주의, 반이민 정책 등을 그렇게 대놓고 찬성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한 명도 없었다.
트럼피즘(Trumpism)
미국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약 60% 정도다.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에 새로운 유권층이 합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4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 중 민주당이 세 번 승리했고, 공화당이 한번 승리했다. 이 한 번의 승리 역시 트럼프 골수 지지층의 투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의 등장은 다원주의를 표방하며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에 반감을 품고 소외감을 느끼는 백인층을 결집하고, 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의 인기가 스윙 스테이트가 위치한 미국 중서부(Midwest) 지역에서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일본 자동차에 그 자리를 내어준 후, 지역 경제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와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그들에게 피부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물품을 수입하기 전, 미국 제조업의 전성시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 아마 그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또한 중서부 지역 인구는 대부분 백인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주장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가 곧 '백인 먼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KKK(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우는 극우성향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2016년 조직된 백인 우월주의단체이자 극우단체)와 같은 인종차별 집단이 존재했지만, 그들이 지금껏 메인 스트림 정치 무대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트럼피즘의 등장은, 그간 음지에서 모임을 하던 이들이 환한 대낮에 목소리를 높여 대놓고 '백인 우월주의'를 외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 주었다.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유권층이 등장하게 되어 머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로렌 보버트(Lauren Boebert)과 같은 큐어넌(QAnon) 지지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일까지 가능해졌다.
폭도의 국회 의사당 난입 시 그들을 선동한 혐의로 비판을 받고 있는 텍사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Ted Cruz)나 미주리 상원의원 조쉬 할리(Josh Hawley) 등이 트럼피즘에 줄을 서는 이유는, 이들이 트럼피즘의 후광으로 대권을 노리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골칫거리' 불리는 트럼프 지지자들, 큐어넌을 아십니까).
트럼프를 안고 갈 건가, 버리고 갈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