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논문조작 제보자인 류영준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은 2020년 6월 인터뷰 중인 모습
이영광
음모론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
현재 강원대 의대 병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류영준의 인용문을 토대로, 음모론이 어떻게 사람들 마음속에 파고들게 되는지 재구성해봤다.
이들은 논쟁의 중심점을 다각도가 아닌 오로지 하나의 관점에서만 본다. 사람은 원래 주관적인 동물이라 100%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와 다른 시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면 주관적인 영역에 갇혀 아전인수격의 해석만을 하는 오류를 범하진 않을 것이다.
역사학자 E. H. 카의 말처럼 해석이 완전히 배제된 객관적 역사적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사실이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픽션은 아니다. 지나친 상대주의 오류에 빠지게 되는 순간, 눈앞에 보이는 사실마저 왜곡해 버리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과학은 동일한 환경과 조건 아래 실험 시 매번 동일한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 다시 말해 결과가 예측 가능할 때, 비로소 '싸이언스(과학)'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집적된 노하우가 바로 기술이다. 조작의 유혹은 항상 입증하기 어려울 때 다가오고, 이때부터 '과학'보다 '믿음'의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의미보다 성과주의에 치중하게 되면, 본질을 상실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아기를 두고 다투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똑같이 반으로 잘라 주겠다는 제안은, 사랑하는 자녀의 안녕이 최우선일 엄마에게는 말도 안되는 해결책이다. 따라서 설사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내어 주는 한이 있어도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는 듯한 이 논점은 철저하게 본질을 비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이처럼 본질로부터 이탈해 주변의 잡음을 키운 후, 본질 자체를 잊어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시 말해,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력을 흐리는 역할을 한다.
2020년, 팬데믹의 해
음모론이란 표면에서 감지되지 않지만, 이면에 감추어진 어떤 특정한 목적이 존재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때 흔히 나오는 이야기다. 음모론이 성행하게 되는 기반은 자신의 주장을 기반으로 모든 정보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때, 입증된 사실을 믿기보다는 음모론이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주변 잡음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진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했던 2020년, 이는 1918년 일차대전 당시 유행하던 스페인 독감(Spanish Flu) 이후 백여 년 만에 다시 경험하는 팬데믹이었던 탓에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코로나 초기, 최첨단 21세기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이 이처럼 큰 영향을 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 세계가 이 이슈를 국민건강, 공중보건의 차원에서 접근해 역학 조사, 확진자 및 확진 추정자의 이주 격리 등으로 분주할 때, 미국은 정치적 이슈로 몰고 가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가 아니면 쓰지 않아도 되는가에 대한 입장이, 소속 정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아마 미국이었을 것이다.
팬데믹 음모론의 변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