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누리
미국으로 유학 간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친구는 자취생이었고, 나는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을 때였다. 그전까지 나는 호텔 혹은 게스트하우스 등만 이용했기에, 친구네 집에서 묵는 것은 처음이었다.
밤늦게까지 함께 맥주를 마시고, 포근한 잠옷을 입고 서로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다가 꿈나라로 떠나는 막연한 환상만 있었다. 그냥 게스트하우스에서 생활했던 것처럼 하면 되리라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그렇게 나는 미국에 도착했다.
짐 정리는 이쪽에서만, 한 사람이 밥을 지으면 한 사람은 설거지를, 식재료비는 반반, 나는 아침형이고 친구는 올빼미형이니까 서로의 수면 패턴은 존중해주기. 등등 집에 입성하기 전 가벼운 규칙을 정했다.
그저 친구 얼굴 보려고 온 나를 위해 친구는 여행 계획도 세세하게 짜주었다. 함께 장을 보고, 학교 구경도 가고, 새벽까지 수다를 떨다 잠들었다. 역시 친구 집은 호텔과 비교할 수 없는 로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의 그 복잡 미묘하던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