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속 와이파이 네트워크 목록.
정누리
입주 첫날, 새벽 1시 눈이 번쩍 뜨였다. 옆집의 다툼 소리 때문이었다. 그들은 세 마디에 한 번씩 고함을 질렀다. 성량이 참 좋다. 이 시간에 옆집에 찾아갈 수는 없으니 베개로 양 귀를 틀어막고 잠에 들었다.
그다음 날 노트북을 연결하기 위해 와이파이 목록을 보는데, 특이한 와이파이가 있었다. 'OOO호 층간소음 유발자' OOO호는 어제 내 잠을 깨운 그 집이요, 이 와이파이의 주인은 나처럼 어젯밤 잠을 설친 아래층 주민으로 추정됐다.
일주일 뒤 와이파이 이름은 또 한 번 바뀌었다. 'OOO호 층간소음 의자끌기 발망치 유발자' 와이파이로 항의하는 이름 모를 주민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몰라도 이후로 옆집은 소음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발망치'가 무슨 뜻일까? 처음엔 '발망'만 읽고 '의류 브랜드?'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 망치처럼 쿵쿵거리면서 다닌다고 발망치구나.
작지도 크지도 않게 계속 신경을 거스르는 발자국 소리때문에, '발망치'를 검색해봤다. '너무 화가 나면 폼롤러로 천장을 두 어 번 치세요. 위층이라도 느껴집니다.' 최대한 대면을 피하고 싶은 층간소음 피해자들의 조언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 기다란 것으로 천장이라도 쳐봐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관리실에서 방송이 나왔다. "이곳은 이웃이 함께 거주하는 공동 건물입니다. 서로 배려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누가 인터폰으로 항의를 했나 보다.
손글씨로 꾹꾹 눌러쓴, 절박한 그 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