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중고 거래
정누리
중고거래앱에 재미를 붙인 나는 구매에도 도전했다. 흔치 않은 디자인의 무드등을 발견했다. 나의 자취방에 갖다 놓으면 완벽한 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 메시지를 받는 것도 떨리는데, 말을 거는 것은 더 떨린다. 판매자 분과 메시지를 주고받다, 시장에서도 안 해본 흥정을 한번 시도해봤다.
"혹시 OO원에 가능할까요? 지금 바로 가지러 가겠습니다."
읽음 표시가 사라진 뒤 5초가 5분처럼 느껴졌다. "네~ 가능합니다. OOO으로 오세요. ^^"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흥정이 싫어 시장을 가지 않았던 내가, 어른들이 말하는 정을 조금은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그리고 혹시 비대면 거래 가능하신가요? 물품은 앞에 놔뒀으니, 자전거 바구니에 돈을 넣어 주시면 됩니다^^"
나는 마치 밀거래를 하듯 약속한 물품을 입수하고 돈을 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사진을 찍어 판매자에게 발송했다. "돈은 넣어 놨습니다. 물품 잘 가져갑니다^^" 2020년 아나바다 장터는 비대면 거래도 가능하다.
이웃의 얼굴을 알게 된다는 것
중고거래앱을 이용하기 전에는 이렇게 많은 동네 주민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가구 바꾸는 것을 좋아하여 소파 하나를 통 크게 나눔 하신 아주머니, 중고 물품을 모아 장사를 시작해보려는 사장님, 작은 살림을 꾸리기 시작한 신혼 부부 등 길거리에서 그냥 스쳤다면 몰랐을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
때로는 서로의 시간과 장소를 조율해야 하고,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의 밥솥이 어느 공장에서는 든든한 한 끼를 만들어 주고 있을 것이고, 탁자가 어느 신혼 부부의 따뜻한 밥상이 되어 있으리라는 것. 또 청소기가 주부의 든든한 일꾼이 되어주고 있으리라는 것.
이런 생각들을 하면 매순간 자취방에서 의미 없이 버려질 물건이 없는지 뒤져보게 된다. 이렇게 다들 중고거래 중독이 되어가나 보다. 자취방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게 된 오늘날, 나에게 불현듯 찾아온 중고거래앱은 이름 그대로 '당신 근처의 따뜻한 마켓'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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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정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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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요" 공포의 첫 중고거래, 대반전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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