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 회원과 노인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기초연금 박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음달 20일 생계급여에서는 같은 액수만큼 삭감당하고 있다. 2019.3.29
연합뉴스
시민사회도 표피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 정부도 점차 관료들에게 포획되어 개혁의 길에서 멀어지는 듯 보이지만 시민사회도 적절한 담론과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개혁을 막기 위해 누구든 검찰수사라는 이름으로 거꾸러뜨리려는 것이 검찰의 의도임이 명백히 드러난 지금에도 '조국사태'라는 프레임에 갇혀 불평등의 한 표상에 불과한 세대공정성이니 입시공정성을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게 표피적인 접근이다.
또 인구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재정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기술변화를 지나치게 과장하여 인구결정론이나 재정결정론, 기술결정론 등 결정론적 접근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도 하나의 표피적 접근의 예이다.
이러한 표피적 접근이 복지분야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주장이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기초보장수급자인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이를 소득으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초연금이라는 공적이전소득을 받더라도 이를 소득인정액에 포함하지 말고 따라서 그만큼 생계급여를 삭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실제로는 적용할 수가 없다. 예컨대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들 중에도 기초보장수급자 신청을 하게 되는 노인들이 있는데 그들의 말대로라면 이 노인들이 받는 국민연금급여도 소득으로 불인정하여 자산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연금급여는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소득으로 인정해서 자산조사에 포함시키고 그것은 전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만일 기초연금을 소득불인정하게 되면 국민연금도 소득불인정해야 할 것이며 실업급여나 산재보상급여 등의 소득보장급여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저들은 아동수당은 기초보장제도에서 소득불인정하므로 기초연금만 소득인정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하는데 이 역시 기본도 모르는 주장이다. 아동수당은 자녀양육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사회가 분담하려는 것이므로 이를 만일 소득인정한다면 추가비용을 분담한다는 의의 자체가 사라져버린다.
일반적으로 공적을 인정한 급여나 추가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급여는 공공부조에서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고 공제한다. 아동수당도 그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저들은 기초연금을 소득인정하게 되면 기초보장수급노인과 차상위노인 간에 격차가 난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보다 보편적 연금을 일찍이 시행한 서구의 어느 나라에서도 기초연금을 실시해서 그런 형평성 시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사회복지학계는 사회복지서비스 지방이양에 반대했는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볼 때 그러한 반대보다는 지방이양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게끔 중앙정부의 부당한 권한을 완화하고 지방의회의 역할을 부당하게 제약하는 불합리한 관행들을 개혁하고 지방정부의 작동을 옥죄는 지방재정법의 불합리한 조항들을 개혁하는 데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반성이 든다.
지금의 시민사회도 혹 이러한 반성할 점이 없는지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주장은 노인빈곤 문제를 겉으로 드러난 현상으로만 접근하려는 것이다.
노인빈곤 문제는 기초연금을 소득불인정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기초연금을 소득불인정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연대나 포용이 아니라 개인적 혜택의 향유로서의 복지를 누리려는 것이다. 노인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것이라면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기준중위소득의 현실화를 위해 힘을 합쳐 노력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현 정부는 공식소득자료를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하기로 이미 발표했고 또 가계금융복지조사에 근거하여 계산한 기준중위소득이 현실을 훨씬 더 잘 반영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복지부는 공식소득데이터를 가계금융복지조사자료로 결정하지 않고 마치 가계동향조사자료도 공식소득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하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작게는 복지부의 이러한 어정쩡한 태도를 비판하고 기준중위소득을 현실화하는 데이터를 사용케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기초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나아가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혁신하는 것이 다가오는 노령사회와 인구절벽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길이다.
인구결정론이나 재정결정론, 기술결정론 등 모든 결정론적 접근으로부터 한발 떨어져서 보다 객관적이고 종합적이며 사회학적인 접근을 유지할 때 우리는 표피적 접근의 유혹을 물리치고 연대적 포용적 복지국가를 이룰 적절한 경로를 찾아내어 그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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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에 포위된 정부, 현상만 보는 시민사회... 개혁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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