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사회경제개혁의 필요성은 30년도 넘은 1987년에 소통부재의 전두환 정권조차 인식하였다. 전두환 정권은 당시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이 직선제하에서 후계자인 노태우 후보의 득표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다.1988년 1월 5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노태우 차기 대통령의 예방을 받고 새해 인사를 나누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반적인 사회경제개혁의 필요성은 30년도 넘은 1987년에 소통부재의 전두환 정권조차 인식하였다. 전두환 정권은 당시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이 직선제하에서 후계자의 득표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헌법에 '경제민주화'조항을 넣고, 노태우 후보는 '보통사람'임을 내세워 당선되었다. 당선된 뒤 토지공개념 3개법(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부담금제)을 과감하게 추진하였다.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정치민주화는 진전되었지만 경제민주화는 전반적으로 후퇴일로이다. 헌법재판소는 노태우의 토지공개념을 위헌 또는 헌법불일치로 무력화시켰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2차 연도에 대우그룹이 쪼개지는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이 작동하게 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하에 지주회사제를 도입하였지만, 임기말에는 재벌정책이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특히 삼성그룹 총수에게 유리한 재벌친화적인 정책을 썼다. '공기업도 기업'이라며 공익이 우선해야 하는 공기업을 사기업의 잣대로 평가하였다. 사기업은 물론 공공부문에도 비정규직이 급증하였다.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행정수도 이전 추진은 비록 헌재의 위헌 결정에 좌절되고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되었지만, 공기업 본사 지방 이전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개혁이라 하겠다. 김대중-노무현 10년간 복지지출이 늘어난 것도 부족하지만 약간의 진전이라 하겠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9년 역주행은 길게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08년 외환위기를 은폐하기 위하여 4대강 죽이기, 자원외교 퍼붓기, 방산 비리 등 마구잡이로 예산을 낭비하고 부패 세력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쉽게 해 부동산의 지역격차를 심화했고, 다주택자의 청약과 가계대출을 용이하게 해 투기세력의 배를 불렸다. 경제구조는 질적으로 나빠졌고, 잠재성장률도 크게 낮아졌다. 공동체 사회는 고사하고 많은 가족이 해체되었다.
한마디로 이명박-박근혜 두 대통령이 나라 경제를 망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수십차에 걸친 부동산 부양책으로 '갭투자' 등 전대미문의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경영권이 세습되는 재벌총수 일가와 건물주와 고가 다주택 소유주들의 천국이요, 서민들의 지옥이요, 중산층은 점점 줄어드는 사회가 되었다.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에 그 많은 사람이 모인 것에는 경제파탄에 대한 불안과 저항도 큰 요인이었다. 1987년과 2017년 30년을 비교하면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과 경제사회의 불공정성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촛불정부의 역사적 책무
문재인 정부가 물려받은 것은 더욱 불공정해진 경제와 사회다. 중소 생산자본이 푸대접 받고, 부동산 투기자본이 우대 받는 나라가 되었다. 재벌이 세습까지 되는, OECD 어느 나라에도 없는 나라가 되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국정농단에 연루된 특정 재벌의 총수를 구속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렇듯 특권층을 몰아내고 공정한 사회경제를 이루는 것이 촛불시민들의 지지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일이었다. 그런데 왜 2년 반을 허송했을까?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 대통령이 여러 번 발언한 것에 미루어, 불평등 불공정 불의에 대한 심각성은 인지한 것으로 본다.
임기 절반이 지난 지금, 이 나라는 더욱 불평등해졌고, 더욱 불공정해졌다. 따라서 결과도 더욱 정의롭지 못하다. 2003년 노무현정부 초년도보다 개혁과제의 무거움은 두 배가 넘는다. 반면에 개혁의 노력은 노무현정부의 절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결과는 참담하다. 총선을 앞두고 정권 차원에서 원점에서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개혁의 열쇠
개혁의 첫째 열쇠는 대통령의 개혁 의지다. 소위 '조국 사태'로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과 교육개혁 의지는 강해진 것 같다. 직접 법무부 장관(또는 대행)을 불러 개혁을 지시하여 여론 반전에 일부 성공하였다. 검찰개혁, 교육개혁처럼 경제개혁도 담당 장관을 불러 직접 지시하면 된다. 법을 고쳐야 하는 개혁이면 국회의 다수가 필요하지만, 행정부 차원의 개혁은 법을 고치지 않아도 대통령의 의지가 있으면 동력을 얻는다.
둘째 열쇠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개혁 추진 능력이다. 무엇을 개혁해야 할지 판단하고 뚝심있게 추진하는 능력이 대통령에게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과 그에 이은 개성공단사업은 적어도 1971년 첫 출마 이후 25년 이상 스스로 갈고 닦은 내공이 깊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나 사회분야에서 내공이 깊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내공은 필요조건은 아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말대로 머리는 빌리면 된다. 검찰개혁이 꼭 조국만 할 수 있나? 민변 출신 변호사 등 얼마든지 '개혁 제갈량'은 있다. 사회경제개혁도 마찬가지다. 장관이나 수석으로 머리를 빌릴 사람은 많다.
효율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책임자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만든 금융위원회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조직이고, 모피아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하면서 가계부채발 제4의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만 높였다. 없애야 한다.
기획재정부도 어느 OECD 국가에도 없는 조직이다. 영어로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라고 하다가 국제회의에서 왕따 당하자 슬그머니 'Strategy'를 빼고 'Economy'로 바꿨다. 비정상적 존재임을 고백한 것이다.
'기획'의 주요 내용은 개혁의 기획이어야 하고, 청와대가 직접 수행하여야 한다. 수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한 자들을 어느 경제부처든 임명하면, 그날로 그 분야의 경제개혁은 물 건너간다. 모든 경제 부처와 사회 부처가 검찰처럼 개혁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경제 부처와 사회 부처에 개혁 인사가 책임자로 임명되어야 마땅하다. 조직과 사람을 무시한 개혁은 '종잇장 위의 개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