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인용된 한국 협상팀의 답변.
외교부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일본 측 요청에 대해 한국 측은 '우리의 공식 표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이라고 에둘러 답변했다. '우리의 공식 표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도 답하지 않고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공식 표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뿐이라는 식으로 우회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에두르고 또 에두르는 방식을 취했던 셈이다. 이런 식으로 논의됐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성노예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대해 "쓰지 않겠다"고는 답변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라는 표현만 쓸 뿐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근거로 일본은 외교청서에 '성노예 표현을 쓰지 않기로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기술했다.
물론 위안부 T/F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협상팀이 성노예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명확히 약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에둘러 직접적인 답변을 기피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외무성이 <외교청서 2019>에다가 한국 정부가 명확히 합의해준 것처럼 기술한 것은 옳은 태도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한국 협상팀은 성노예 표현을 쓰지 말라는 일본측 요구를 직접적으로 배척하지 않고, 이렇게도 들릴 수 있고 저렇게도 들릴 수 있는 모호한 답변으로 상황을 피해 나갔다. 윤병세 장관을 비롯한 당시 협상팀이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이다.
양국 정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한국 국민들 농락
일본이 툭하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거론할 수 있는 것은, 박정희 정부가 합의를 서두르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는 식민지배 불법행위 배상책임은 다루지도 않았으면서, 1965년 협정으로 문제들이 다 해결된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일 양국 정부가 한국 국민들을 농락했던 것이다.
그 같은 졸속 합의를 근거로 일본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까지 다 해결된 듯이 주장하고 있다. 한번의 졸속 합의를 근거로 일본이 오랫동안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합의를 해준 것이 두고두고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성노예 표현 논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2015년 위안부 합의도 그런 도구로 쓰이고 있다. 앞으로 일본 정부가 '성노예 표현을 쓰지 않기로 합의하지 않았으냐?'며 한국 민간단체와 정부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졸속 합의가 일본 측에 방어 수단 하나를 제공한 셈이다.
22일 만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과 관련해서도 이런 졸속 대처가 나타난다면, 이 역시 앞으로 오랫동안 한국을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경제 보복을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의 요구를 성급히 들어주고 문제를 봉합한다면, 이번 성노예 표현 논란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일본과의 현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처리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이번 성노예 표현 논란이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공유하기
한국도 위안부 성노예 표현 쓰지 않기로 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