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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버금가는 한일 정상회담을 현대판 관부연락선 위에서 개최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이뤄보자고 문희상 의장은 제언했다.
"그 정상회담을 통해, 첫째 1965년 국교정상화를 매듭지었던 한일 청구권협정과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둘째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조치를 원상복구하며, 셋째 양국의 현안 문제(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를 입법을 통해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대타결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2018년 10월 30일의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은 1965년 청구권협정과 무관하다. 이 협정은 불법적인 식민지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다루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과 정부가 청구권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협정을 위반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협정이 유효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한편,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에 입각해 한일관계를 복원하는 선언은 현대판 관부연락선 위에서 하자는 게 문희상의 첫째 제안이다.
그렇게 해서 원론적인 사항을 정리한 뒤 각론으로 들어가, 일본은 무역규제를 해제하고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조치를 원상복구 하자는 게 그의 둘째 제언이다. 그런 다음, 강제징용 문제가 두 번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입법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다. 한일관계 갈등의 궁극적 본령인 이 부분에 관해 그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는 입법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내용이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미 집행력이 생긴 피해자들과, 향후 예상되는 동일한 내용의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가 지급된다면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이 대위변제된 것으로 간주하고, 배상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오랜 논란이 종결되는 근거를 담아야 하겠습니다."
승소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가 지급되면 법적 문제가 종결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말을 한 뒤 그는 배상청구권에 소멸시효 제한을 두자고 했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더 이상 청구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위자료를 마련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것은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같은 전범기업이 곧바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아니다. 배상책임을 지는 전범기업뿐 아니라 여타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금을 거둔 뒤, 여기다가 양국의 국민성금, 화해치유재단 잔고, 한국 정부 자금까지 보태자는 것이다.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 때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생겨난 재단법인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의 제안은 양국 국민과 양국 기업의 기부금에다가 한국 정부의 기금을 보태자는 것이다. 그의 말은 구체적으로 이렇다.
"기금의 재원은, 첫째 양국 기업의 기부금으로 하되 책임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그 외 기업까지 포함하여 자발적으로 하는 기부금 형식입니다. 둘째, 양국 국민의 민간성금 형식을 더하겠습니다. 셋째, 현재 남아 있는 '화해와 치유 재단'의 잔액 60억 원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금을 운용하는 재단에 대해 한국정부가 출연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위자료는 위법행위를 전제로 한다.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다룬 한국 민법 제751조에 정신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이 규정돼 있다. 이것이 위자료다.
문 의장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그런 위자료가 지급되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도쿄에 가서 했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동시에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일본이 범죄행위를 저질렀음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다.
그런데 기부금이나 성금과 달리, 위자료는 위법행위의 가해자가 주는 것이다. 법적 책임이 있는 전범기업뿐 아니라 양국의 일반 기업, 양국 국민, 한국 정부까지 금전을 내게 되면, 이것이 기부금인지 위자료인지 불명확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전범기업이 내는 돈 역시 위자료인지 기부금인지 덩달아 모호해질 수 있다.
위자료인지 성금인지 모호해지면, 징용 피해자들의 감정과 위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피해자들은 돈이 아니라 사과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들이 돈을 받게 되면 그 돈은 사과가 전제되는 위자료여야 한다. 문 의장의 제안대로 되면, 피해자들이 받을 돈의 성격이 모호해지게 된다. 그래서 그들의 감정과 위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여지도 없지 않다.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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