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연설하는 전광훈 목사.
김종성
광화문 집회 성격은 청중 동원의 주체에서도 드러난다. 10월 3일 집회 홍보 포스터에 따르면, 집회를 성사시킨 이들의 직함은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무슨 무슨 지역 대표라는 모호한 직함들이고, 또 하나는 무슨 무슨 기독교 단체 대표라는 구체적 직함들이다. 후자의 직함으로는 한국교회연합 대표, 한기총 증경대표, 침례교 대표, 성결교 대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측 대표, 예장 개혁측 대표, 예장 통합측 대표 등이 언급됐다.
이는 광화문 집회의 청중 동원이 주로 목사들에 의해 이뤄졌으며, 참가자 상당수도 신자들임을 보여준다. 이 집회를 '광화문 10월 항쟁'으로 부르건 '광화문 10월 부흥회'로 부르건 간에, 나경원 원내대표 말과 달리 상당 부분 기독교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집회에서는 한국 기독교의 위기를 알려주는 적신호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간 한국 기독교 지도부는 정치적 고비마다 보수진영 편에 서는 방법으로 교세 확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왔다. 일례로, 5·18 광주항쟁이 있었던 1980년에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전두환 정권에 대한 지지를 주저 없이 표시했다.
그해 8월 6일 아침 서울롯데호텔에서 열린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조찬 기도회' 때, 한경직·조경록 목사를 비롯한 23명은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상임위원장을 위해 기꺼이 기도를 올렸다.
이 날짜 <동아일보> 1면 톱기사에 따르면, 정진경 서울신촌성결교회 목사는 "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서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라는 기도를 올렸다. 이 위기의 시대에 전두환 같은 인물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나님에게 기도했던 것이다.
기독교 극우 집회가 계속될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