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7일 건설업자에게 사건 청탁을 받고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와 현금 등 4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뢰)로 구속된 정 전 부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검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시일을 질질 지연시킬 뿐이었다.
결국 검찰은 1년 3개월이 지난 2010년 7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건설업자가 정인균 검사에게 제공한 금전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돈을 빌려준 것에 불과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2009년 4월 고발된 정인균이 곧바로 자동차 값을 반환한 것을 근거로 뇌물수수 관계가 아닌 금전대차 관계로 처리했던 것이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사건을 증폭시키는 후폭풍을 초래했다. 2010년 10월 이 사건이 언론에 제보되고 국정감사에서까지 논의되는 상황으로 번져나갔다. '2010년도 국정감사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10월 7일의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가 도마 위에 올라 감사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날 질의 중에 '제 식구 감싸기'란 표현을 언급한 의원만 해도 다섯 명이나 된다. 김무성(한나라당), 노철래(미래희망연대) 박지원(민주당), 이춘석(민주당), 정갑윤(한나라당) 의원이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을 비롯해 여야 관계없이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비판했다. 참고로, 미래희망연대는 2007년 9월 28일 창당됐으며 친박연대로도 불렸다. 2011년 2월 2일 한나라당과 합당했다.
이날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의원은 검찰 간부들을 상대로 "우리가 볼 때는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신속하게, 엄정하게 처리해서 국민한테 밝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년 3개월이라는 기간을 결국 내 식구 감싸기 위해서, 어떤 자구책을 논하도록 하기 위해서 시간을 벌어준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 식구'에 대한 고발인들의 공격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느라고 1년 3개월이나 시간을 끈 게 아니냐고 비판했던 것이다.
결국 검찰은 '제 식구'인 '그랜저 검사'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11월 6일 김준규 검찰총장이 재수사를 지시해서 12월 8일 구속 기소가 이뤄졌다. 이듬해인 2011년 1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인균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3514만 원과 추징금 4614만 원을 선고했고, 6월 10일의 서울고등법원 2심과 9월 29일의 대법원 3심에서도 원심과 똑같은 형량이 선고됐다.
참고로, 벌금형은 유죄를 전제로 내려지는 데 반해, 추징은 반드시 유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형법 제48조·제49조). 유죄가 인정되지 않을 때도 범죄행위에 사용됐거나 사용될 뻔한 물건 또는 범죄행위로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은 국가가 몰수하는 게 원칙이다. 물건으로 몰수하기 힘들 때 하는 것이 금전으로 거두는 추징이다.
그랜저 검사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특히 컸던 것은, 2010년 상반기에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이라는 검찰 비리가 터져 국민들이 공분을 터트리고 검찰이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은 상태에서 또다시 검찰 비리 사건이 터졌기에 국민들은 검찰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더는 믿고 지켜볼 수 없다는 것 검찰 스스로 증명
이 같은 제 식구 감싸기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검사들의 인성이 부족해서가 결코 아니다. 문제의 원인은 제도에 있다. 막강한 권한이 검찰에 집중돼 있는 상태에서 검찰을 견제할 마땅한 법적 장치가 없었기에, 이런 일이 양산될 수밖에 없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검사들은 국회의원들이 문제점을 따지면 "수사 중인 사건이라 언급할 수 없습니다'라며 화제를 돌려버리는 일이 많다. 검찰에 대한 견제 수단이 부실한 현행 법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마디가 바로 그 '수사 중인 사건이라 언급할 수 없다'는 말이다. 수사 중인 사건이라는 장벽만 쳐놓으면 그 어느 외부기관의 견제도 차단한 채 검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제도를 바꾸는 것뿐이다. 그것을 위한 개혁적 장치 중 하나가 바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대통령 같은 선출직 공직자뿐 아니라 검사들의 비리도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서 다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검사는 물론 검찰 일반 직원들도 좀 더 조심하지 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의 비리가 묻히는 일도 생기기 힘들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수십 년간 검사들의 도덕성을 믿고 지켜봤다. 하지만 검찰을 더는 믿고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을 검찰 스스로 잘 증명해 왔다. 이제는 공수처라는 제도적 장치를 믿고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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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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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왜 한목소리로 '그랜저 검사' 비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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