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목재상에서 산 방부목에 폐현수막 목봉을 칠하고 못을 박아 직접 만든 설립 초기 간판. 불이 안들어와서 저녁에는 찾아오기가 어렵다거나 무섭다는 의견이 많았다.
안은성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우연히 들어간 경기도청 홈페이지에서 공동체 공간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발견했다. 곧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야 할 계절이었던 터라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정된다면 시설 개선으로 당분간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김칫국을 마시면서 서류를 준비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 발표 예정일은 12월 1일. 하지만 발표일로부터 며칠이 지났는데도 결과와 관련된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았다. 대부분 탈락자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탈락을 직감했지만, 메일로라도 공문이 온 게 있나 싶어 확인해 보았다. 역시나 선정됐다는 메일 같은 건 없었다. 담당 부서에 전화했더니 며칠 전 도청 홈페이지에 선정 공지가 올라갔으니 결과를 직접 확인해 보라는 말이 전부였다.
이미 공지가 되었는데도 아무런 연락을 못 받다니 정말 떨어졌구나 싶었다. 같은 지역에서 두 곳이 신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마 다른 곳이 선정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사업도 아니고 큰 예산을 지원하는 공간 리모델링 사업인데 현장을 와보지도 않고 신청 서류만으로 선정하다니. 그렇잖아도 못 미덥던 차에 밀실행정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대체 어느 곳이 되었는지 확인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서둘러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지를 확인했다.
신청 건수 110건, 선정 건수 27건.
경쟁률이 4:1인 셈이었다. 경기도가 31개 시군이니 27건이면 거의 각 시군별로 1곳씩 선정된 듯했다. 시흥시, 김포시, 하남시, 남양주시... 선정 순서별로 화면을 내려가다 보니 13번째 의정부시가 있다.
그런데 가만. 그 옆에 쓰인 이름이 낯익다. 마을카페 나무? 뭐야. 왜 됐는데 아무도 연락을 안 해줘? 혼잣말을 하다가 순간 밀실행정을 의심한 것이 미안했다.
우리가 지원받게 된 예산은 2100만 원. 마을카페를 10년 운영한다 해도 결코 모을 수 없을 큰 금액이었다.
이토록 큰 리모델링의 행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