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하라>의 표지
프린윅스
존 루이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미국의 유명한 흑인인권운동가 중 한 명으로서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존 루이스는 미국 하원의원이다. 1963년부터 1966년까지 SNCC(전국학생(비폭력)조정위원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시민권 평등운동 리더, '빅 식스'(Big Six) 중의 한 명이 됐다. 그는 시민권 평등운동의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선봉에 섰었는데, 1965년 3월 7일 앨라배마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교를 평화롭고 질서 있게 건너던 시위자 6백여 명의 선두에 섰었다. - 545p
책은 위와 같은 존 루이스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내용도 자신이 쓴 만큼 매우 생생하다. 흑인인권운동에 대해서 잘 몰랐던 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실제 당시의 흑인들이 삶이 얼마나 참담했는지, 미국이란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이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인종갈등이 이렇게 심했으니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 자체가 기념비적일 수밖에.
특히 책의 앞뒤를 장식하고 있는 에드먼드 페터스교 일화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영화 <셀마>에서도 나왔던 그 행진은 '피의 일요일'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경찰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됐는데, 그것은 우리의 민주화 항쟁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툭하면 국제사회에서 인권을 부르짖는 미국의 민낯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 전역으로 보도됐고, 남부 지방의 심각한 인종차별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반성했다. 그래도 민주주의가 다른 체제와 비교해 좀 더 나은 이유였다. 결국 연방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투표권 법안 처리를 진행했고, 흑인들은 이후 실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흑인인권운동을 해온 결과였다.
꿈을 꾸는 사람
그러나 까꿍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미국 흑인인권운동의 역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녀석에게 1960년대 미국에서 흑인 인권신장의 꿈을 꾸던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이 직업과 상관없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그 노력이 세상을 어떻게 바꿨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것은 나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활동가의 모습이기도 했다.
예컨대 존 루이스와 함께 흑인인권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을 보자. 그의 직업은 무엇이었던가? 우리가 상용구처럼 외우고 있듯이 그는 목사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목사로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꾸었던 아름다운 꿈을 기억한다. 그는 목사이기 전에 꿈을 꾼 사람이요, 그 꿈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잊는다. 직업은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건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꿈을 묻고 그 대답으로 직업을 듣고자 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화가 말고도 얼마든지 많지만 우리는 화가라는 직업으로 아이들의 꿈을 재단한다. 아이들은 꿈을 잊고 그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꿈이 곧 직업이 되어버린 사회. 덕분에 아이들은 힘들다. 꿈과 달리 직업은 귀천이 있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꿈을 잊은 채 그 직업에 맞춰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한다. 한참을 지나 내가 지금 왜 이곳에 있는지 자문해 보지만 이미 늦었다. 내게 남은 것은 꿈이 아니라 각박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꿈 많은 까꿍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부디 이 책을 읽고 직업이 아닌 더 큰 꿈을 꾸기를. 무려 500페이지가 넘지만 다행히 네가 좋아하는 만화책이란다.
행진하라
존 루이스, 앤드류 아이딘, 네이트 포웰 (지은이), 최명찬 (옮긴이),
프린웍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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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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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꿈이 뭐야?" 딸아, 이게 내 대답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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