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보는 유니클로 매장
이희동
한일 무역전쟁으로 인한 일본제품 불매운동. 그것은 정부가 사주한 것도 아니요, 불순한 단체들이 기획한 것도 아니다.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나서서 이 분위기를 조장한다고 거품을 물고 있지만, 이번 운동은 장삼이사들이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운동이다.
그리고 이번 운동의 시작은 2016년 겨울 촛불의 기억이다. 촛불시위로 대통령을 탄핵시켰던 경험은 우리에게 자신감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었고, 그 사회적 자본이 바탕이 되어 현재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나서서 기획하지 않아도 우리가 힘을 합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역사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왜 일본 거를 사면 안 되는데?"
푸드 코트에서 점심을 먹고 서점에 들어갔다. 좋다며 책을 둘러보는 아이들. 한 권씩 사준다고 하니 막내가 대뜸 요괴와 관련된 책을 들고 왔다. 7살 막내는 이제 공룡을 떼고 요괴, 괴물로 관심사를 옮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동생이 골라온 책을 보던 9살 둘째가 한 마디 한다.
"어? 이거 일본 책 아냐?"
"아니야. 한글로 되어 있잖아."
"지은이가 일본 이름인데? 아빠, 이거 사도 괜찮아?"
막내는 울상이 되었다. 녀석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어디서 본 듯한 모양이었다. 하긴. 뉴스를 틀면 계속해서 나오는 뉴스가 한일 무역전쟁과 관련된 기사이니.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형에게 항변했다.
"왜 일본 거를 사면 안 되는데?"
"요즘 일본이 우리나라한테 중요한 기계부품 수출 안 하잖아.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 여행 안 가고, 일본제품 안 사고. 우리나라가 발전하니까 일본이 그거 막으려고 그런 거라고 아빠가 그랬어."
"아냐. 내가 좋아하면 사도 돼. 그치 아빠?"
간절한 막내의 눈빛과 의기양양한 둘째의 눈빛. 아주 잠깐 고민했지만 책을 사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둘째는 의아해하며 질문을 던졌다.
"왜? 아빠가 일본제품은 사면 안 된다며."
"아냐. 자기가 진짜 원하고, 그것 밖에 없으면 사야지. 일본 거 산다고 무조건 다 나쁜 건 아니야. 사람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오히려 일본 제품 사면 다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위험해. 게다가 이 책은 지은이는 일본인이지만 우리나라 책이잖아."
9살 둘째는 아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일제 강점기와 관련된 역사 만화책을 읽으며 일본과 관련하여 적개심을 키우고 있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아빠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하니 뜻밖인 듯했다. 게다가 일본제품을 사지 말라고 하는 사람을 더 나쁘다고 하니 헷갈릴 수밖에.
일본인들과 일본 정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