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
바틀비
온갖 사회적 난제의 해법으로서의 사회 혁신. 말은 선명해보이지만 개념은 애매모호하다. 저자 스스로도 정의하기 어렵다고 밝힌다. 담아야 할 내용도 많고, 모두 합의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사회 혁신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을 총칭하기 때문인데, 덕분에 사회혁신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차이 등에 따라 정의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2012년부터 진행된 유럽의 6개 연구 기관의 공동 연구를 근거로 사회 혁신을 정의한다. 그들이 2012년에 연구를 진행하면서 내렸던 정의와 3년 뒤의 정의가 미묘하게 변했음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회 혁신의 특성도 지적한다.
사회 혁신은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고 새롭거나 발전된 역량과 관계 그리고 동시에 자산과 자원의 더 나은 쓰임새를 끌어내는 새로운(기존의 해범보다 더 효과적인) 해법(제품, 서비스, 모델, 시장, 과정 등)이다. - 40p
사회 혁신은 사회적 필요를 다루는 새로운 접근이다. 수단과 목적이 모두 사회적이어야 한다. 수혜자를 참여시키고 조직하며, 그들이 힘과 자원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돕는다. - 40p
저자는 우선 사회 혁신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사회 혁신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사회가 가지고 있던 힘과 자원을 새롭게 배치하고 조정함으로써 변화를 꾀하는 것 자체가 사회 혁신이다.
특히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수혜자, 사회 혁신의 주체이다. 결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사회적 문제를 인지하는 당사자이며, 그들이 스스로 얼마나 참여하고 조직하느냐에 따라 사회 혁신의 성패가 좌우된다. 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깨어있는 시민이 얼마큼 조직돼 참여하느냐에 따라 사회 혁신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회 혁신의 사례
저자는 이와 같은 정의와 특성을 바탕으로 사회 혁신과 관련된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우선 도시재생은 사회 혁신의 대표적인 분야이다. 저자는 네덜란드의 데 퀘벌, 영국의 그랜비 포 스트리츠, 대한민국의 독산 4동 등 기존의 쇠락한 도시들이 사회 혁신을 통해 어떻게 거주하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났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접 참여하여 새로운 상상을 실현한 결과이다.
또한 저자는 정부의 빈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실험들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거론되고 있는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등으로, 이는 그동안 정부가 재정을 통해 끝없이 지원해야 했던 복지 분야와 일자리 창출이 사회 혁신을 통해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공동체의 연대를 통해 촘촘하게 만들어지는 지역의 돌봄 체계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지역의 사회적경제가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이는 정부가 기존의 권위를 내려놓고 당사자인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기술의 발전 또한 사회 혁신의 주요 사례이다. 저자는 르완다에서 드론으로 혈액을 실어나르는 무인 항공 공급 체계를 구축한 벤처기업 짚라인이나 적정기술로 값싼 의료장비를 만든 피크 등의 예를 주시한다. 그것은 새로운 기술이 기업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업계와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도 그것이 혁신인 냥 하는 IT 기업가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디지털을 통한 새로운 정치 플랫폼을 이야기한다. 점점 복잡해져가는 사회에서 대의민주주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데, 이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참여예산과 브라질의 이-데모크라시아 등이 대표적인 예로서 이는 소위 IT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도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사회 혁신은 결코 어렵지 않다. 그것은 내가 주체적인 시민이 되어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이룰 수 있는 것으로서, 급변하는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옳은 일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당신이 직접 하는 게 최선이다." - 샤를로트 드 빌모(휠리즈 창업자) - 23p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30가지 사회 혁신 실험
윤찬영 (지은이),
바틀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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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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