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복지재단 앞 복도에 걸려있는 걸게그림.
장재완
대전광역시 출연기관인 대전복지재단 대표가 재단의 이사에게 막말을 해 논란이다. 대표는 중재를 위해 찾아간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막말을 쏟아냈다.
지난 3월 28일 대전복지재단 정관성 대표는 권용명 이사에게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 좀 하라"고 막말을 했다. 재단이 시행하는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 사업과 관련한 전화 통화에서 나온 말이었다. 권 이사는 2015년부터 해당 사업에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의 사회복지기관인 밀알복지관 관장이기도 한 권 이사는 재단의 정책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2015년 시작된 대전복지재단의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 사업은 지역의 현장 전문가를 컨설턴트로 육성, 복지기관을 컨설팅하는 사업으로, 매우 높은 만족도로 타 자치단체가 벤치마킹을 위해 견학을 오기도 했다.
지난 16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권용명 밀알복지관장과 컨설팅 사업 참가자들은 정 대표의 막말에 "심각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대전복지재단 대표, 이사에게 "나잇값 좀 해라" 막말
대전복지재단의 경영컨설팅 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1, 2기 컨설턴트들은 소통 문제를 이유로 실무자 교체를 요구했지만 재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초 간담회에서는 재단 담당 부장이 컨설턴트들의 '고삐를 죄겠다'고 발언해 당사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3월 26일 권용명 밀알복지관장 등 컨설턴트들은 '대전시장 면담 추진'과 함께 '사업 중단'에 뜻을 모았다(관련기사 :
'모범사례' 대전복지재단 사업 사실상 중단... 무슨 일이?). 이틀 후인 28일 이같은 결정 사항을 정 대표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막말을 들었다는 게 권 관장의 주장이다.
권 관장은 "현 실무자와 소통이 잘 안 되고 담당 부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해 신뢰관계가 깨졌으니 교체해 달라고 (정 대표에게) 말했다. 그런데 '나잇값 좀 하라'는 막말을 듣게 됐다"고 밝혔다. 권씨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왜 이 일(컨설팅 사업)을 한다고 해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외에도 권 관장은 "정 대표가 '시장 면담? 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 나도 가만히 안 있겠다. 나도 당신에 대해 아는 것 다 까발리겠다'는 등의 말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개인 자격이 아닌 컨설턴트들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했는데 막말을 듣고 나니 더 이상 대화가 의미 없다고 판단해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발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권용명 관장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실에서 만난 정관성 대표는 "나잇값 좀 하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정 대표는 "그 분(권용명 관장)이 나와 동갑이다. 그래서 후배들이 하자는 대로 하지 좀 말고, 리더십을 발휘해서 좀 다독이고 하라는 뜻으로 그런 말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안은) 1주일 전에 다 정리하고 잘 해보자고 양해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해서 그렇게(사업 중단) 말하는데, 화가 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다른 컨설턴트들 앞에서도 "인간 쓰레기" 막말
정 대표의 막말은 반복됐다. 막말 사실을 알게 된 또 다른 컨설턴트들이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였다.
4월 5일 만난 자리에서 정 대표는 "사과는 무슨 사과냐,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 "그 사람(권 관장)은 나잇값이 아니라, 똥값이나 하라고 해라", "그 사람은 쓰레기다. 인간 쓰레기"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정 대표는 "나는 퇴직하면 언론사로 가기로 되어 있다. 그러면 매일 그 사람 복지관으로 출근해서 현미경 관찰을 하고, 퇴근도 거기에서 할 것이다. 얼마나 잘하는지...", "이제는 싸움이다. 전쟁이다. 두고 보자"는 등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자리에 동석한 한 인사는 "정 대표에게 두 분 모두 지역 복지계의 어른이니 서로 화해하고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정 대표가 '그 사람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하며 화를 냈다"고 전했다. 그는 "사과는커녕 얼굴이 벌게지는 막말을 듣고 참담한 심정으로 자리를 떴다. 공공기관의 대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떻게 이런 심한 말을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나한테 와서 기분 나빴다고 하면 서로 풀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 그런데 본인은 한 마디 말도 안하고 다른 사람 보내서 '사과하라'고 하니 그렇게 말했다"라고 말했다.
"재단이 직원 대하듯 했다" vs. "그들이 꼬투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