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대흥동 대림빌림 10층에 입주해 있는 대전복지재단 사무실.
장재완
현장 전문가들을 컨설턴트로 육성, 복지기관의 비전을 새롭게 정립해 주고, 나아가 경영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대전복지재단의 '경영컨설팅'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는 현장전문가들이 집단적으로 '참여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5월 초 대전복지재단 경영컨설팅사업 사명비전수립팀 컨설턴트들은 전체 의견을 모아 재단에 더 이상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며 중단을 선언했다.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잘 나가던 사업이었는데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사업'이란, 사회복지기관의 전문성 향상과 효율적인 재정 및 조직운영 등을 돕기 위해 대전복지재단이 지역의 현장전문가를 컨설턴트로 육성, 선정된 기관을 컨설팅해 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사명비전수립분야'와 '회계컨설팅분야' 등 두 개의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고, 컨설턴트들은 지역복지기관 등에서 15년에서 20년 이상 일해 온 현장전문가들로 선정됐다. 이들을 컨설팅 전문 민간기관이 슈퍼바이저가 되어 100시간의 교육과 100시간 실습 과정을 거쳐 컨설턴트로 육성한 뒤, 컨설팅을 원하는 복지지설에 이들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현장전문가를 컨설턴트로 육성한 까닭은 컨설팅 과정에서 현장전문가들이 가진 노하우를 다른 기관에 전수할 수 있고, 사업 기간 동안 일회성 컨설팅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 복지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효율적인 사후관리가 가능하고 지역복지계의 역량을 양쪽으로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
복지재단은 지난 2015년 이 사업을 처음 진행하면서 비전수립과 회계부분 각각 6명씩을 컨설턴트로 위촉하여 양성한 뒤, 2016년 4개 기관, 2017년 4개 기관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했다. 또한 그 해 2기 컨설턴트를 분야별로 5명씩 추가 위촉해 교육하고, 2018년 컨설팅사업에 1·2기 함께 참여했다.
이러한 경영컨설팅은 현장에서 굉장히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 컨설팅을 받은 기관은 지역복지계에서 잔뼈가 굵은 컨설턴트들의 컨설팅은 물론, 수시로 자문과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범사례로 평가 받아 광주광역시에서 이 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 사업을 배워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현재 일부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사명비전수립팀' 컨설턴트들이 '사업참여중단'을 선언했고, 재단은 일단 공모를 통해 컨설팅 대상 기관을 선정한 상태이다 보니, 전문업체 직원에게 컨설팅을 요청,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재단은 사업 중단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현장전문가들을 컨설턴트로 육성,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당초 사업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사업차질'은 분명한 상황인 것.
이러한 문제의 발단은 2018년 초 재단 인사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사명비전 컨설턴트들은 주장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6일 컨설턴트 회장을 맡고 있는 권용명 밀알복지관장을 비롯한 1·2기 컨설턴트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앞으로는 고삐 조이겠다" 모욕감 주는 발언이 시작
이들은 당시 현 재단 정관성 대표이사가 부임하여 경영컨설팅 담당자를 이 분야 실무경험이 없는 직원으로 바꾸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담당자가 그동안 해오던 업무를 잘 몰라 사업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컨설턴트들과의 소통도 잘 안되면서 2018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컨설턴트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재단에 수차례 전달했고, 특히 2018년 5월 평가워크숍을 통해 재단 담당자와 컨설턴트들의 소통의 어려움 해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주지 않았고, 사업의 차질은 물론 실무자와의 갈등상황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과 갈등을 품은 채 2019년 1월 사명비전수립팀 전체와 재단 실무자가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2018년 사업을 평가하고 2019년 사업을 새롭게 계획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 컨설턴트들은 비록, 자신들의 '실무자 교체' 요구가 반영되지 못했지만 새해를 맞아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으로 간담회에 임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