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리도이슬람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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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명에 대한 캠브리지 총서 중의 하나인 <몽골 유라시아에 있어서의 문화와 정복>(Culture and Conquest in Mongol Eurasia, Thomas Allen 저, 2001)은 몽골 제국시대에 유라시아 땅에서 벌어진 인적, 문화적, 지적 소통과 교환 및 교류를 탐구한 역저이다.
이 책은 동방에 건너와 살았던 서방인, 그리고 서방에 건너가 살았던 동방인을 나열하고 있다. 그 중에 동방에서 활동했던 사양인들을 보면, 이태리인(상인, 의사, 사절, 악사, 성직자, 행정가), 프랑스인 및 오늘날의 화란지역인(성직자, 사절, 대장장이, 하인), 그리스인(군인), 독일인(광부, 포병), 스칸디나비아인(상인, 군인), 러시아인(왕족, 대장장이, 사절, 성직자, 군인, 미장이), 헝가리인(하인) 등이다.
아울러 동아시아에 건너온 서역인들 중에 다수를 차지한 것은 아랍인과 페르시아인이었다. 직종과 신분도 무척 다양했다. 즉, 레슬러, 행정가, 음악가, 번역가, 가수, 필경사, 상인, 직물공, 사절, 경리, 천문학자, 건축가, 의사, 제당공, 군인, 동물 사육사, 성직자, 지리학자, 포병, 역사가, 카펫 제조공 등이었다.
이처럼 몽골 평화의 시대에 유라시아의 동과 서에서 사람들이 자유로이 왕래하고 혼거함에 따라 지리지식과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졌을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 책은 당시의 세계 지도 실물은 모두 사라졌는데 다행히 훗날의 지도에 그 내용이 살아 남아 있으며, 그 중 가장 오래된 것이 한국의 강리도라고 짚는다.
이 책에 의하면 강리도에서 매우 놀라운 점은 유럽과 지중해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며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가 처음으로 제대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은 독일 국명도 나타나 있다고 설명한다.이러한 내용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세계 학계의 공통 인식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지도학>은 왜 그런 내용은 언급하지 않는 것일까?
서로 다른 문명간의 접촉과 교환의 결과로 원나라에는 놀랄 정도로 자세하고 많은 지리지식이 축적됐다. 그러한 세계사적 유산이 강리도에 집약돼 있는 것이다. 서양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탐험 항해 이전에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과 아시아에 대한 지리지식이 거의 없었다. 서양은 일찍이 아랍의 철학, 의학, 과학등은 접촉했지만 아랍의 지리문헌에 대해서는 17세기에 와서야 접하게 됐다. 그것이 15세기까지의 서양지도가 강리도에 비해 낙후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강리도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
이상으로 우리는 몽골 및 이슬람 문명사의 석학들이 강리도의 의의와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 보았다. 우리의 <지도학>이 말하는 결점 투성이의 강리도와 나라밖에서 보는 강리도 사이에는 왜 이처럼 커다란 간극이 놓여 있는 것일까? 실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세계사적 맥락을 도외시하고서는 강리도의 의의와 가치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강리도에는 앞서 본 것처럼 거대한 몽골제국의 지리적 시야와 황금시대를 자랑했던 선진 이슬람문화가 담겨 있다. 조선의 주체적인 세계관이 또한 부각되어 있다. 이러한 세계관의 확장과 혼융은 중화관이라는 단면경으로는 포착될 수 없다. 그런데 <지도학>은 '말할 것도 없이' 한족의 세계관이 강리도에 반영되었다는 점을 강조해 마지 않는다. 그것을 단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과 가치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앞서 지적한 바 있다.
강리도에는 아직 해독되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 수면 아래 빙산처럼 감추어져 있다. 강리도에 대한 국내의 독자적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우리 학자들이 스스로 말한다. 국외의 연구 성과 마저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고무적인 소식도 있다. 최근에 지도의 역사와 관련해 주목을 받는 한국 출신의 학자가 한 명 출현하였다. 박현희 뉴욕 시립대학 교수(예일대 박사, 역사학)이다. 그의 역저 <중국과 이슬람의 세계지도>(Mapping the Chinese and Islamic Worlds: Cross-Cultural Exchange in Pre-Modern Asia, 2012)는 강리도를 이슬람 지도역사와 관련해서 조명하고 있다.
이어서 그가 지난 해에 <아시아역사저널>(Journal of Asian history)에 발표한 논고에는 강리도의 최대 미스터리 중의 하나인 아프리카 형상의 원천을 이슬람 지도의 역사 속에서 탐색하는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다음 호에서는 그런 내용과 더불어 박현희의 강리도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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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연구자들이 조선의 세계지도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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