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에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그를 맞이하는 주은래 총리(저우언라이, 왼쪽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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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공동성명에 기초해 미국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그리고 그 후의 역대 대통령들은 이 원칙을 그런대로 존중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당선인 시절부터 '언약'을 흔든 데 이어 2017년 12월을 기점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함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 원칙을 공식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미국은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견제하고 있다. 중국의 인도양·태평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면, 과거의 제1주적이었던 러시아와도 과감히 손잡을 수 있다는 쪽으로 미국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
1972년 이래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 것은 중국과의 적대적 공존관계를 발판으로 베트남전쟁 실패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베트남전쟁의 여파 및 러시아의 영향력 팽창을 차단하려면 중국과의 제휴가 절실히 필요했고, 중국의 도움을 받자면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인정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트럼프의 등장을 계기로 미국이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설정하고 공격적 태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에 보여준 가차없는 무역전쟁은 트럼프의 대중국 전략이 역대 대통령들과 상이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니 하나의 중국 원칙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미국이 의도하는 게 공식 폐기라고는 볼 수 없다. 그보다는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무역전쟁에서 양보를 얻어내거나 대북 압박에서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당장에는 더 이로울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공식 국가전략으로 채택했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의 중국 원칙이 불리해질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에도 영향 미칠 수 있는 미국의 태도 변화
문제는 그런 변화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점이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어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미국 정부는 중국과 거래하는 각국 기업들이 이 원칙을 훼손하도록 은근히 유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들이 이 원칙에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를 더욱 더 주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이로 인해 미·중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만 맥도날드가 이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대만 맥도날드가 내놓은 광고 영상이 중국인들의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광고 영상에 나온 대만 대입 수험생들의 수험표에 대만 국적이 표기됐던 것이다. 이 영상을 본 중국인들이 '맥도날드 타도!'를 외치며 사태를 확산시키자, 대만 맥도날드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유감이며, 우리는 하나의 중국 입장을 견지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맥도날드 같은 세계적 기업이 그런 광고 영상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어대는 분위기 속에서 대만 맥도날드가 중심을 잡지 못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맥도날드의 행동이 고의냐 실수냐 하는 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세계적인 기업이 중화권(중국·대만·홍콩·마카오)의 금기 사항을 잠시나마 건드렸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성하는 분위기가 그만큼 강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세계적인 기업도 무심코라도 중국 정부의 금기 사항을 건드릴 수 있음을 이번 사례가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JYP도 2015년 11월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쯔위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일로 인해 중국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대만 사람인 쯔위는 자신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채택한 세계전략 및 대중국 전략이 수정되지 않는 한, 중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한테 이런 문제가 앞으로 종종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기업들이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점점 힘들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하나의 중국 문제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미·중 사이에 끼게 되면, 사드 사태 때 겪은 것 이상으로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만이 빨간색이냐 흰색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강요받았을 때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안을 우리 기업들이 일찍부터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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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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