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제 18회 퀴어문화축제 부스에 참여한 모습. 그는 축제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수
수가 처음부터 '퀴어 유튜브' 채널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 영상을 찍고 공유하는 걸 좋아해 유튜브를 시작했고, 초반에는 게임을 해서 올리는 '챌린지 영상'을 주로 찍었다. 챌린지 영상을 찍을 땐 자신의 성정체성이 드러나지 않아 겁나지 않았다. 하지만 퀴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겁이 났다". 유튜브에 올리는 퀴어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친구들은 '왜 그런 걸 찍느냐'고 묻기도 하고, 눈치 빠른 이들은 묻지 않고 수가 말해줄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지난 7월 7일 수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나는 27살 바이섹슈얼(양성애자) 여성 수라고 해." 그는 영상에서 잔잔한 목소리로 커밍아웃을 했다. 수에게도 "이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저도 엄청 두려웠어요. 그런데 퀴어 콘텐츠를 찍을 때부터 너무 하고 싶었어요. 커밍아웃을 하고 작업을 해야 맘이 편할 것 같더라고요.""오랜시간 고민하고 끊임없이 주저하다"한 커밍아웃에 도란이들은 "응원을 받은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난다"며 "용기 내줘서 고맙다"는 응원댓글을 달았다. 수는 '그동안 만들지 못했던 영상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 "게이들은 원나잇을 많이 하나요?"와 같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풀어줄 수 있는 영상들을 많이 올리고 있다. '극단적인 커밍아웃 리액션' 영상의 경우 200명가량 퀴어들의 '최악의 커밍아웃 경험'을 모아서 만들었다. 그는 영상을 만들면서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하는 작업이 또 다른 편견을 만들지 않기 위해" 더욱 신경 쓴다. 한편으론 논모노섹슈얼(Non-Monosexual, 하나 이상의 성별에 성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과 같이 성소수자 중에서도 덜 가시화된 이들의 얘기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퀴어 유튜버로 활동한 지 1년가량 됐지만 아직 유튜브로 큰 수익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임상병리학을 전공한 그는 병원에서 일하다 지금은 작은 회사를 다니며 생활하고 있다. 퇴근 후 남는 시간을 이용해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유튜브에서는 지금까지 2번, 작은 금액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경제적인 부분에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퀴어 유튜버 활동을 통해 그는 많은 것을 얻었다.
"저에 대한 프라이드와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누군가 이 이슈에 대해 얘기할 때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고요. 무엇보다 바쁘게 사는 게 너무 행복해요."그는 앞으로 커밍아웃과 관련된 영상이나 단편영화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커밍아웃을 많이 다루지만 "속상한 것만 많이 보여준다"는 거다. "커밍아웃에는 좋은 부분도 있고 나쁜 부분도 있는 게 현실"인 만큼,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은 영상을 보여주고 싶단다. 그는 다가오는 10월 '커밍아웃 첫 번째 에피소드'를 다룬 단편영화를 유튜브에 올릴 예정이다.
"성소수자여도 괜찮아요,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