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준제 손자 녀석입니다. 기저귀 뗀 기념 선물로 받은 슈퍼 윙즈 시리즈 중 하나를 들고 활작 웃고 있습니다.
김학현
그러면, '맛있는 거?'라 말하며 관심을 보이는 듯하지만, 그것으로 끝, 이내 딴청을 피웁니다. 그리곤 뒤돌아보고 씩 한 번 웃어주는 센스! 능글맞기까지 합니다. 그러길 수개월이 흐른 지난 6월 8일 나른한 오후, 서준이 녀석이 기저귀를 뗐다는 뉴스가 '전화기 저쪽 소식통'을 통하여 딸내미 기자로부터 날아 든 겁니다.
"기저귀 뗐어?! 서준이 참 착하다. 서준아! (저쪽에서 서준이 녀석이 뭐라고 하는 모양이나 제게까지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서준이, 기저귀 뗀 기념으로 이 할미가 뭐 사줄까? (......) 알았어. 할머니가 그거 사줄게."아내의 통화는 딸내미와 서준이 사이를 오가다 그렇게 끊겼지만 할매 호들갑은 그때부터입니다.
"여보, 서준이가 글쎄 기저귀를 뗐데요. 기념으로 '피구' 사주기로 했는데. 인터넷에 들어가 '피구' 한 번 살펴봐요."피구? 얼핏 공이 제 머리를 스쳐갑니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요? 느닷없이 들이 닥친 '피구'라는 말에 나름 당황했지만, 그게 무슨 대수랍니까. 귀요미 손자 녀석이 기저귀를 졸업했다는데. 이 할배 즉각 행동에 돌입했습니다. 노트북을 열어 인터넷에 연결하고 자주 가는 오픈 마켓에 들어갔습니다. '피.구.' 이렇게 치자 로봇 모형 장난감이 주르르 뜨는군요.
'NEW 슈퍼윙스 시즌2 변신로봇 12종' 네, 바로 이거였습니다. 12가지 종류가 있는데 8가지는 친할머니와 왕고모 등이 구비해 주셨답니다. 나머지 중 서준이가 갖고 싶어 하는 '피구'를 사달라는 거예요. 그거 망설일 할배 할매가 아니죠.
'피구'만이 아니라 '두두' '에이스' '샛별' 모두 주문했습니다. 그러니까 서준이 녀석은 기저귀와 이별한 기념으로 '슈퍼윙스 시즌2 변신로봇' 시리즈 전부를 갖게 된 겁니다. 참 대단합니다. 기저귀 뗀 기념으로 이리 으리으리한 선물을 받은 아이가 어디 또 있을까요. 아, 있겠지요.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것쯤은 별 것 아니니까요. 격세지감입니다.
'머슴아'가 '가시나'가 되어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