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운동의 상징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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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정체화 그리고 가족- 안녕하세요 EJ님. 소개 부탁드려요."저는 대전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 게이에요."
-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해요.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성소수자로 정체화하고 나서 힘들어 하시는 다른 성소수자 분들께 힘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주최 '성소수자 인권포럼'에 갔다가 대전에도 성소수자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단체 설명을 듣고 바로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에 가입했습니다.
정체성 혼란기를 겪을 때 아무도 성소수자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혼자서 찾아야 했어요. 제가 겪은 힘든 일을 다른 제 또래 성소수자 친구들은 덜 겪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성소수자가 아닌 친구들에게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침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에서 청소년 설문조사 그런 활동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함께하고 싶어서 인터뷰에 참여하게 됐어요."
- 성소수자로 정체화는 언제 하셨어요?"중학교 2학년 때 첫사랑으로 처음 자각했어요. 중학교에 올라와서 몇몇 친구들이랑 어울리게 됐어요.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친구들 중에 그런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성소수자에 대해 아예 몰랐는데 그 친구들이 얘기하는 거 듣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그래도 그게 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무관심하게 들었는데 2학년 되고 나서 어느 날 갑자기 그냥 동성인 친구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 시기에 동성친구를 좋아한다는 것 때문에 힘들어 했는데 그 친구가 고백 이후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저를 달래줘 힘든 시기를 잘 이겨냈던 것 같아요."
- 그 친구가 어떻게 얘기했나요?"'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니까 너의 마음은 못 받아주지만 너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우리가 친구인 건 변함이 없다'라는 식으로 말해줬어요."
- 정체화했을 때 어떠셨어요?"처음 자각하고 정체화할 때는 진짜 절망적이었어요. 제가 모태신앙이어서 그때 교회에 꼬박꼬박 나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기독교 교회들이 성소수자 혐오를 적극적으로 조장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기독교 자체를 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저주하는 마음도 들었었어요. '이 사람들 때문에 내가 이런 힘든 세상을 살아가야 하나' 이런 생각도 했어요.
또 가족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가족들은 제가 성소수자인 걸 몰라요. 가족끼리 텔레비전을 볼 때 홍석천씨가 티비에 나오면 '저런 사람이 왜 티비에 나오냐' 이런 혐오표현도 나오곤 해요. 그나마 다행인 건 가족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는다는 거죠.
어머니한테는 커밍아웃했어요. 어머니는 생각이 열려 있으세요. 커밍아웃 전부터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라고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시키지 않으셨어요. 공부도 강요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저는 엄마라면 마음을 열고 봐주지 않을까 해서 가족 중에 엄마한테만 커밍아웃 해봤어요. 그랬더니 '그냥 신기하다. 니가 그런 존재여도 나는 상관없다. 나는 괜찮다.' 이렇게 반응하셨어요. 그래도 아직은 제가 성소수자라는 걸 구체적으로 이해는 못 하시는 거 같아요.
결혼이라던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시는 거 보면 성소수자로 산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많이 와닿지는 않으신가 봐요. 커밍아웃했지만 많이 신경을 안 쓰시는 것 같아요. 제가 말을 꺼낼 때만 알겠다고 말씀하세요."
-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는 보통 어디서 얻나요?"보통은 인터넷 검색으로 얻어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쪽도 많이 찾아봤어요. 그래도 인터넷이니까 다 믿지는 않아요.
학교 교육같이 공신력있는 곳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배우고 싶은데 아주 잠깐 언급하는 것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서 불만이에요. 시스젠더 헤테로 중심의 성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2_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