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왈샤 마을 머리맡에 티베트 불교의 창시자로 알려진 ‘연꽃에서 태어난 성자’, 파드마 삼바바의 불상이 우뚝 서 있다.
송성영
다람살라에서 '티벳 죽음의 서'의 저자인 파드마 삼바바의 수행터, 리왈샤(Rewalsar)로 가려면 중간에 만디(mandi)라는 곳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다람살라에서 로컬버스로 대략 6시간~7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만디는 중소도시였다. 도시 한복판을 가로 지르는 강줄기 곳곳에 크고 작은 힌두 사원들이 들어서 있다.
혼잡한 터미널에서 혹시나 잘못된 정보를 얻을까 싶어 서너 사람에게 재차 리왈샤 가는 버스 편을 알아봤는데 대부분 리왈샤를 잘 알고 있었다. 구글 지도에는 '레발저'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곳 현지인들은 '리벌샤' 혹은 '리왈샤'로 발음하고 있었다(라다크 사내 쿤가는 '리벌샤'로 발음 했지만 이곳 현지인들의 발음대로 '리왈샤'로 표기함).
리벌샤 가는 버스는 한두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듯했다. 버스는 혼잡한 도시를 통과해 고불고불한 산길로 접어들었고 산 중턱을 오를 무렵에는 유일한 외국인인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의 인도 사람들이 전부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맥간에서 만난 라다크 출신, 쿤가의 말에 따라 모노 스피릿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여장을 풀었다. 쿤가의 말대로 맥간에서 머물렀던 칼쌍 게스트 하우스만큼이나 숙박료가 저렴했다. 작은 방은 150루피, 큰 방은 250루피 정도 했다. 작은 방이 없어 큰 방을 잡았다. 맥간에서처럼 작은방을 쓰게 되면 공동화장실과 공동욕실을 사용해야 하지만 큰 방에는 화장실겸 욕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숙소에 풀어놓고 밖으로 나섰다. 리왈샤 마을 머리맡에는 티베트 불교의 창시자로 알려져 오고 있는 파드마 삼바바를 형상화 시킨 거대한 불상이 우뚝 서 있고 그 아래로 큰 호수가 있다. 호수 주변에는 식당과 숙박업소들이 들어서 있고 티베트 불교 신자들이 염주를 굴리며 그 호수 주변을 돌고 있었다.
티베트 불교의 성지로 알려져 있는 리왈샤는 티베트 사원뿐만 아니라 힌두사원, 시크교 사원이 들어서 있다. 3백여 가구에 불과해 보이는 이 작은 마을에 힌두교, 불교, 시크교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장시간 버스에 실려 온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먼저 식당을 찾아 나섰다. 티베트 사람들이 즐비한 이곳 리왈샤에서도 자오민과 모모 그리고 수제비 종류인 뗀둑과 국수 종류인 뚝바를 요리하는 식당들이 여럿 있었다. 버스 정거장 주변에는 과일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해 인도와 네팔을 떠돌며 즐겨 먹었던 망고, 바나나, 파파야, 토마토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선은 말할 것도 없이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맥간에서 체력을 충전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노트북 앞에 한 두 시간만 앉아 있어도 온몸의 기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한두 끼로는 버틸 재간이 없어 두세 끼로 식사량을 늘렸지만 몸 상태는 여전했다.
탄두리 치킨이라도 먹고 싶어 찾아보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생닭을 파는 상점이 한두 군데 있을 뿐이다. 사원 주변의 식당들이 그러하듯 대부분 채식 식당이었다. 고기 음식이라고 해봤자 뗀뚝이나 뚝바에 양고기 몇 점 들어간 것이 전부다.
생각해 보니 거대한 파드마 삼바바 불상이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곳 리왈샤 마을 전체가 거대한 사원이나 다름없었다. 고깃집이 즐비한 한국 불교의 사찰 주변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한국은 일주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경내로 들어선다. 하지만 이곳 리왈샤는 버스 주차장에서 내려 몇 미터만 걸어 들어가면 일주문을 통과한 기분이 든다. 이런 신성한 마을에서 고깃집을 찾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었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가 없다. 대낮부터 술에 취한사람도 볼 수 없다. 술 마시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다만 술파는 가게가 한두 군데 있었지만 술집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염주를 비롯한 종교 용품을 파는 몇몇 가게들이 눈에 띄지만 기념품을 사라고 옷소매를 잡아끄는 사람들도 없다.
보통 인도의 사원 근처에서는 손 내미는 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는 그런 걸인들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호수 주변의 그늘 밑에서 경전을 펼쳐놓고 앉아 있는 젊은 티베트인과 깡통 하나를 앞에 두고 경전을 읊조리고 앉아 있는 늙은 인도 사람이 전부다. 표 나지 않게 손 내밀고 있는 그들에게 지나는 사람들이 한두 푼씩 적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