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금나래초 개교식 행사장에서 뒷전에 서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 속 파란색 동그라미).
윤근혁
'아이돌 스타'도 아닌데 왜 '내빈'들은 무대 위에 줄곧 앉아 있을까? 이를 올려다봐야 하는 아이들도 곤혹이고, 무대에 있는 내빈들도 곤혹이다. 무대에 오른 탓에 행사 시간 내내 등짝이 가려워도 시원하게 긁기도 어렵다.
'아이돌 스타'도 아닌데 왜 '내빈'들이 줄곧 무대에?
상당수의 학교에서는 졸업식·입학식 등 큰 행사 때마다 번번이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서울 금나래초등학교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16일, 이 학교 강당에서 열린 학교 해오름식(개교식)에서다.
서울시교육감, 남부교육장, 금천구청장, 금천구의회 의원들을 모두 아이들 뒷전에 앉힌 것. 이 학교 교직원들의 의자도 아이들 뒤에 있었다. 해오름식의 주인인 아이들을 앞장세우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 10시 금나래초 강당에는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차성수 금천구청장 등 1000여 명이 모여들었다.
무대 바로 앞에는 일곱 줄의 의자가 부채꼴 모습으로 놓여 있다. 이 학교 학생들 200여 명이 이 의자에 앉았다. 이어 여덟 번째 줄에 조 교육감을 비롯한 이른바 '내빈'들이 자리 잡았다.
"오늘 자리는 국회 본회의장처럼 의자들을 부채꼴 모양으로 놓았습니다. 한 분 한 분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학생들을 맨 앞에 앉도록 했습니다. 개교식의 주인공이고 학교의 주인이기 때문이죠." 이 학교 문병화 교감의 설명이다. 개교식을 준비하면서 이 학교 교직원들은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다. 이런 자리 배치는 문 교감의 제안을 교직원들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가능하게 됐다.
몇 해 전부터 개교식 자리 배치 문제로 몇몇 학교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아이들을 맨 앞에 앉히자'는 제안을 관리자들이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을 앞에 앉히고 교육감을 뒤에 앉힌 개교식은 금나래초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여느 학교 행사의 경우 이른바 '내빈'들의 축사 문제 또한 풀어야 할 과제였다. 10여 명의 내빈이 서로 축사를 먼저 하려고 하면서 의전문제 등도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재미없는 '축사 이어달리기'에 상당수의 아이들이 하품을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으로 내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금나래초는 내빈들의 축사를 3~5초짜리 동영상 인사로 대신했다. 학생들을 위해 교직원들이 깔끔하게 사전 편집 작업을 수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