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임에도 테이블이 모두 찼다
이상원
"두 팀 정도 기다리셔야 해요." 홍대 근처에 있는 '편의점 콘셉트' 술집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두 팀이다. 시간은 평일 저녁 7시 30분. 위치를 감안해도 꽤 인기가 많다. 더군다나 특별한 맛집도 아니고 그저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들 아닌가. 자리를 옮길까 고민하다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친구들이 담배를 피우러 사라진 동안 메뉴를 훑어봤다. 냉동만두가 3500원, 컵라면이 1200원, 소주가 1900원이다. 확실히 듣던대로 싸다.
월말이 가까워지면 술자리도 부담스럽다.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카드값 막기 바쁘고 취업준비생인 나는 항상 돈이 거의 없다. 동네에서 8500원짜리 후라이드 치킨에 맥주 한 잔해도 될 텐데 홍대까지 나왔다가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난처해졌다. 요즘은 어딜 가도 계란말이 1만 5000원에 소주 한 병 4000원은 기본 아닌가. 싼 장소를 찾다가 '편의점 포차'가 떠올랐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가격을 대충 훑어보고 이 정도면 괜찮겠다 생각했다.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테이블을 채운 손님의 연령대도 대체로 20대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친구가 귀띔해주길 자기가 다니는 회사 막내 말로는 친구들이 근처 클럽에 가기 전에 많이 들리는 술집이라고 한다. 클럽에 가기 전 적당히 취기는 올리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은 가벼운 대학생이나 20대가 많이 찾는다고 했다.
친구는 편맥, 나는 PX함께 온 친구는 '편맥' 스타일로 안주를 골랐다. 컵라면에 냉동만두, 과자로 상을 차렸다. 술자리가 3차나 4차까지 이어질 때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즐기던 바로 그 조합이다. 물론 여름 한정으로 가능한 조합이다.
내 눈에는 '크림우동'이 제일 먼저 들어왔다. 군 생활 때 저녁메뉴가 너무 형편없게 나왔던 어느 날, 동기와 함께 PX에 가서 먹었다가 실수로 덜 데우는 바람에 장염에 걸린 이후로 쳐다도 안 본 냉동식품이다. 전역한 이후에 가끔 생각이 나서 더러 편의점에서 찾아봤지만 동네 편의점에선 쉽게 찾을 수 없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PX에서 냉동치킨을 먹을 때면 항상 맥주가 아쉬웠다. 차라리 눈에서 안 보였으면 모르겠지만 PX에선 술을 팔기도 했다. 물론 병사들이 술을 사서 마실 순 없었기 때문에 그저 바라보면서 입맛만 다셔야 했지만. 전역하고 꼭 PX에서 팔던 냉동치킨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그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군 생활을 추억하면서 '크림우동'과 냉동 치킨을 하나 골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