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김기춘 전 실장의 과거를 지상파인 <그알>에서 재조명하는 일은 분명 유의미하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작금의 '태블릿 PC 조작설'이 '불법 도청'으로 인해 '범죄 모의' 사실 자체까지 덮어졌던 '초원 복국집 사건'과 그 진행 과정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날 <그알>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주장하고 나선 이 '태블릿 PC 조작설'이 김기춘 전 실장의 '작품'(?)이라고 유추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또 하나, <자백>에서 그려졌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들의 아픈 목소리를 우리는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서 대필 사건의 피해자이자 22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강기훈씨 사건도 마찬가지다. 김기춘 전 실장을 비롯해 유신 시대와 군사정권에서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권력을 누린 이들이 누구의 피와 고통을 먹고 그 권력을 누렸는지 말이다.
이날 <그알>과 같은 재정리야 말로 그들의 원통함과 억울함을 확인하는 계기이자 '역사 바로 알기'의 노력이 될 수 있을 터다. 그래서, 김기춘 전 실장이 청문회 출석 당시 했던 증언들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김형희 한국바디랭귀지 연구소장과 함께 지목해낸 후 <그알>은 카메라를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들에게 돌렸다.
피해자인 김원중씨는 "후회하지 않는다"며 "지금 생각해도 한국유학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또 다른 피해자 강중건씨는 "그가 저질렀던 그 일들이 유신시대부터해서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있어서도 명백히 무슨 일을 했는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각기 수십 년이 지나서야 재심을 통해 한국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들에게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자신이 무슨 악행을 해 왔는지, 김기춘 전 실장이 깨달을 날이 과연 오기는 올까.
"24살부터 37살까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감옥에 있었다던 또 다른 피해자 강종헌씨는 옥중에서 '그날이 온다'라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옥중에서 "민주회복의 그날이 온다", "조국통일의 그 날이 온다"는 노래를 불렀다는 강종헌씨를 김기춘 전 실장은 꼭 한 번 대면하기를 바란다. "역사의 법정"을 말하는 강종헌씨의 미소를 김 전 실장은 꼭 대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정한 사건으로 그 사람이 단죄 받는 것이 아니라 요즘 말로 하면 적폐, 쌓인 폐해 중에 중심부에 있던 사람으로서 종합적으로 총체적으로 단죄 받는 것이 옳습니다. 역사의 법정에서 그 사람이 모릅니다, 기억이 없습니다, 라는 말은 나는 통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지금 그분이 서 있는 곳은 역사의 법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훨씬 엄중합니다. 거짓이나 변명이 통하지 않는 곳이 역사의 법정입니다."그리고, SBS <8시 뉴스>는 <그알>이 방송되기 앞서 김기춘 전 실장이 최순실씨를 알고 있었다는 명백한 정황을 입증하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진술을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김 전 차관이 검찰에 "자신이 차관에 취임한 직후부터 김기춘 전 실장이 최순실씨에게 잘해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청문회에 출석해 최순실씨를 "정말 모른다"고 수차례 증언했던 김기춘 전 실장. 마지막으로, 자신의 과거 발언을 되돌아보십사 하는 심정으로 2005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되돌려 드리는 바다.
"저는 정말 내가 그런 것이 권력을 남용해서 인권을 유린하고 고문하고 이랬으면 오늘날 김기춘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어요. 그 점을 제가 자부합니다. 그 점이 다른 사람보다 어떻게 보면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