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정의>(박상규-박준영 저, 후마니타스 펴냄)
후마니타스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는가?"영화 <내부자들>(2015)의 주인공 안상구(이병헌 분)는 이렇게 되묻는다. 영화 <내부자들>이 700만 관객을 스크린 앞에 앉힌 비결은 안상구의 대사 속에 있다. 바로, '정의의 부재'다. 그의 말대로 정의, 그 달달한 것은 책이나 영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의의 부재는 여러 가지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다. 재벌들은 서민들을 착취한 대가로 700조가 넘는 사내유보금을 취했다. 사회 기득권이 저지른 부패와 부정은 차고 넘친다. 응축된 부정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단죄할 책임이 있는 사법 체계마저도 정의를 저버린 지 오래다. 국민을 짓누르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독재자는 1심에서 사형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지만 2년 만에 특별사면을 받는다. 재벌 총수에게도 법은 관대하다. 형이 확정되자마자 사면 시기가 논의된다.
실망하기엔 이르다. 정의의 부재를 메우려는 사람들이 있다. 책 <지연된 정의>(후마니타스 펴냄)의 저자 박상규 기자와 박준영 변호사다. 이들은 2년 동안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 사건, 완도 무기수 김신혜 사건까지 세 개의 재심 사건을 통해 진실을 좇는다.
왜 법은 약자에게 더 가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