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정의>(후마니타스, 2016)
후마니타스
2년 만에 걸려온 전화. 발신인 '박쌍규'다. 본명 박상규. 그가 누군가. 맞다. 2016년 한해 완도 무기수 김신혜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3건의 재심 결정을 받아낸 백수 기자, 박상규다(익산, 삼례는 최종 무죄 판결, 완도 김신혜 사건은 검찰의 항고로 고등법원에서 재심 개시 여부 판단 중이다).
'법원과 검사가 제일 하기 싫어한다'는 재심을, 그것도 3번이나 받아내 이름을 알린 박상규는 돈도 벌었다. 박준영 변호사 등과 함께 진행한 스토리펀딩 '가짜 살인범 '3인조'의 슬픔, 나는 살인범이 아닙니다,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 프로젝트로 십여억원의 독자후원을 받은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
그런 그가 퇴사한 지 2년 만에 전화해 밥이나 먹자고 했다. '그냥 밥이나 먹자'고? 설마. 예감은 정확했다. 곧 신간이 나올 거라 했다. '그럼 그렇지'. 그날 우린 정말 밥만 먹었다.
며칠 후 아침 또 그가 찾아 왔다. 손에는 백수 기자 박상규와 파산 변호사 박준영과의 만남과 앞서 언급한 사건들이 재심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 <지연된 정의>가 들려 있었다. "커피라도 먹고 가라"고 하자 바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권이라도 더 팔려면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다면서. '뭔 억척이야, 펀딩도 많이 받았다'며 박상규 뒤통수에 대고 속엣말이 나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박상규는 몰랐겠지만) 나는 한 달 장기휴가가 예정되어 있었다. 글 한 편 쓰지 않고 놀았다. 나는 놀아도 열일 하는 기자들은 많았다. <지연된 정의> 기사는 계속 업데이트됐다. 책 리뷰며 인터뷰며 기사들을 보며, 굳이 내가 숟가락 하나 얹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후크송 같은 박상규 말이 계속 생각났다. 밥을 괜히 같이 먹었나, 후회가 됐다.
"책 많이 팔아야 해. 그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