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까꿍이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해져가는 나이
정가람
어느새 산타할아버지의 정체까지 의심하게 된 까꿍이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며칠 전 치아를 뺄 때만 하더라도 그냥 많이 컸구나 싶었을 뿐인데, 녀석에게서 막상 산타클로스가 거짓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아이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더 성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뜩 나의 어렸을 때가 떠올랐다. 내가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어느 날이었다. 당시 친구들에게 진실을 처음으로 전해 들은 난 믿을 수 없었다. 산타할아버지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두고 갔었고, 예쁜 글씨로 카드까지 써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가짜라니.
나는 곧장 집으로 가서 어머니께 따지듯 물었고, 당신은 순순히 사실을 인정하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한 번쯤 부정하실 만도 하건만 내가 워낙에 단정적이었는지, 그것도 아님 10살이 넘은 자식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주시기가 부담스러웠는지 어쨌든 그렇게 진실을 밝히시고 말았다.
나는 혼자서 이 엄청난 진실을 알 수 없다는 생각에 동생을 붙들고 크리스마스의 비밀을 이야기해줬는데, 덕분에 이후 12월만 되면 동생에게 끊임없이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동생의 이야기인즉, 자신은 오빠 때문에 2년 더 빨리 산타할아버지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그만큼 나보다 선물을 적게 받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