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 정지된 월성원전 1∼4호기월성원전 1∼4호기는 12일 발생한 강진으로 현재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수동 정지된 상태다. 이번 지진 발생지역 반경 50km 안에 고리와 월성원전 등 원전 13기가 밀집해 있다. 정부는 원전이 규모 6.5~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원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소연
처음 지진이 일어났을 때부터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걱정한 것은 결국 원전이었다.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도 문제였지만, 일본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진으로 인한 원전 파손은 지역과 세대를 가로지르는,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최악의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즉시 반박하고 나섰다. 원전은 무조건 안전하니 걱정 말라고 했다. 비록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는 먹통이 되고 긴급재난문자는 터무니없이 늦게 발송되었지만, 원전은 안전하고 또 안전하니, 그 발표만은 믿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의심쩍어했지만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세상에나 그렇게 많은 원전이 바로 그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데 어찌 그곳에 제대로 된 조사도 않고 원전을 지었겠는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의 마냥 안전하다는 발표가 결코 신뢰할 수 없음을 가리키는 증거가 곳곳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경주의 여진이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으며, 19일에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4.5도의 여진이 일어났다. 기상청은 끊임없이 5.8도 이상의 지진은 그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적지 않은 학자들이 7.0도의 지진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가 이미 이 지역의 단층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고 받았으면서도,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계속해서 원전을 개발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원자력 마피아들의 힘이 막강하다지만, 모두가 공멸할 수 있는 가능성 앞에서 어찌 마냥 괜찮다고 주문을 외우며 원전 개발을 강행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