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모양의 돌탑을 세운 제주샘주.
허시명
양조장의 세월은 한 개인의 수명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술을 빚고 마시는 행위는 인류 문명과 함께 해온 오래된 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술은 전쟁이 일어나도 팔려나가고, 금주령을 내려도 밀거래가 되는 질긴 상품이다. 그러다 보니 양조라는 사업은 한번 이름을 얻게 되면, 유행과 세태가 바뀌더라도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이런 속성 때문에,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종교 건물 다음으로 양조장인 경우가 많다.
국내 양조장들 중에서도 1925년 무렵에 지어진 경기도 양평군 지평양조장, 1926년에 지어진 경북 영양탁주합동양조장, 1930년에 백두산에서 가져온 전나무와 삼나무로 지은 충북 진천 덕산양조장, 1931년에 한옥 양식과 지하에 발효공간을 접목한 논산의 양촌양조장 등이 볼만한 건축물들이다. 너무 빠른 계산과 개발로 목조 건물과 벽돌 건물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에, 오래된 양조장은 마을의 세월을 추억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요사이 관광객을 환대하는 개방적인 양조장이 많이 생겨났다. 지방자치단체도 양조장의 행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지역 양조장 활성화를 위해 국세인 주세를 지방세로 돌리자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2015년에 주세가 3조2275억 원이었는데, 주세가 지방세가 되면, 지방자치단체의 술 정책이 생겨날 것이다. 술은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지고, 이름난 술은 지역 이름과 함께 명성을 높여가니 주세가 지방세가 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국에 생겨나는 개방적인 양조장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13년부터 지정해온 찾아가는 양조장 24곳을 꼽을 수 있다(아래 표 참고). 2016년에도 6곳, 경기도 화성 배혜정도가, 충남 논산 양촌양조장, 경북 문경 오미나라, 상주 은척양조장, 의성 한국애플리스, 부산 금정산성 토산주 제조장이 새로 찾아가는 양조장 대열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