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술을 얻기 위해 술덧 속에 용수를 집어넣었다.
허시명
제사를 지낼 때는 일반적으로 맑은 술을 사용한다. 맑은 술이 청주이고, 청주라면 일본술인 줄로만 알아 정종류를 제주(祭酒)로 삼는 이들이 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맑은 술을 제주로 쓰는 것은 맞지만, 정종이 제주로 오르는 것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굴절된 역사다. 우리에게도 맑은 술 청주가 있고, 그 청주 계보에는 경주교동법주나 해남 진양주 등의 전통주가 있고 요사이는 상품화된 차례주나 차례술 들이 있다.
맑은 술을 제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탁한 술보다 맑은 술을 귀하게 여기다보니, 상을 정성들여 차려내면서 맑은 술이 올라간 게 아닐까? 술 빚는 과정을 촘촘히 바라보면 좀 더 설득력있는 얘기가 나온다. 제사상에 올리는 메는 먹던 밥이나 식은 밥을 올리지 않는다. 새로 정성들여 지은 밥을 올린다. 추석 때면 햅쌀로 지은 밥을 올린다. 추석 상에 처음 수확한 쌀로 지은 첫 번째 떠낸 밥을 올리는 것처럼, 추석 때는 햅쌀술, 신도주(新稻酒)를 빚어 올리는 관행이 있다. 아무도 먼저 맛보지 않은 첫술을 올리는데 그게 맑은 술인 것이다.
술을 빚어 잘 익게 되면 지게미는 가라앉고 맑은 술이 위로 떠오른다. 그 술독에서 조심스럽게 처음 떠내면 그게 맑은 술이고, 그 술을 올리다보니 제주는 맑은 술이라는 관행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차례 때는 안 쓰면서 성묘 때 쓰는 소주,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