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아낙의 가르침을 받아 누룩을 만들어보다.
허시명
재료는 통밀과 물이다. 우선 통밀을 잘 빻아야 한다. 너무 거칠지 않고 너무 가루지지 않게 빻는다. 예전에는 빻은 밀을 체로 쳐서 밀가루는 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지만, 이제는 밀기울과 밀가루를 함께 써서 누룩을 만든다. 반죽을 잘 해야 한다. 두세 가마니씩 반죽할 때는 몸빼바지 입고 두 발로 두 시간 정도 지근지근 밟았다.
지금은 반죽기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빻은 밀을 치대 반죽하는 일은 힘들고도 종요로운 일이다. 특히 산성누룩은 다른 지방의 누룩보다 얇고 넓적하기 때문에, 잘 치대지 않으면 뭉쳐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밀은 오래 치대면 글루텐이 형성돼 끈적끈적 잘 뭉쳐진다. 반죽을 따라 해보는데 어른 남자들도 손목이 아플 지경이다. 반죽이 다 되면 한 양푼씩 개량하여 한 덩어리씩 나눈다. 한 덩어리의 무게는 대략 1200g쯤 되고, 마르면 900g쯤 된다.
덩어리진 반죽 밀을 보자기에 싸서, 얇은 나무판 위에 올려놓는다. 누룩을 디디는데, 먼저 발뒤꿈치로 밀어 덩어리를 고르게 펼친다. 발바닥에 물기가 느껴지지만 물이 묻을 정도는 아니다. 적당히 펼쳐지면 섬세한 발가락 쪽으로 반죽 밀을 둥글게 모양 잡는다. 두 발을 얹을 수 있을 만큼 넓적해지면, 누룩 위에 두 발을 올리고 뱅뱅 맴돌면서 반죽 속에 들어있는 공기를 빼낸다. 폭신하고 찰진 기운 때문에, 누룩을 밟는 질감이 참 좋다. 이때 누룩이 너무 얇아지지 않게 해야 하며, 테두리는 조금 두툼하게 가운데는 조금 얄팍하게 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누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