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오랑캐의 종, 취호종.
허시명
'좨주'를 아십니까고려시대 문종(1046~1083) 때에 국자감에 종3품 '좨주'(祭酒)라는 벼슬을 두었다. 제주라고도 읽지만, 벼슬을 칭할 때는 좨주로 발음한다. 좨주는 음주례를 행할 때에 나이 많은 존장자가 술을 땅에 부어 지신(地神)에게 감사를 드리는데서 유래한 벼슬이다.
국자줴주, 성균관줴주가 종3품 관직이었는데, 조선 중기로 오면 품계에 구애받지 않고 존대할 만한 인물에게 내렸던 명예로운 벼슬이었다. 줴주라는 벼슬을 달았던 큰 인물로는 고려시대 좨주 우탁이 있는데 묘비명에는 줴주라는 벼슬이 새겨져있다. 조선시대 중기에 오면 좨주 호칭을 받았던 인물로 송준길, 송시열, 윤휴, 박세채 등을 꼽을 수 있다.
오늘날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술에 취할 수 있는 세상이다. 물산이 풍부하고 기술이 좋아져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는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4000원으로 가게에서 소주 3병을 사서 취하도록 마실 수 있다.
즉 술을 누리는 대목에 있어서, 현대인들은 고대의 왕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술 앞에서 진정한 왕이 되려면, 스스로 술을 통제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 늘 술에 취해있다면, 그게 자유로운 왕이겠는가? 중심을 놓아버린 중독자나 집을 벗어난 부랑자와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