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따뜻한 어느 날, 인적이 뜸해진 신촌포구에서 어미개와 강아지가 여유롭게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이영섭
한 예로 관공서 민원 건으로 서울 여러 지역의 관공서와 제주 여러 지역의 관공서에 번갈아 문의를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서울 업무 담당자들의 태도는 좋게 말하면 일관성이 있고 객관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사람이 아닌 기계에다 대고 말하는 느낌을 준다. 매뉴얼에 적힌 내용을 반복적으로 고객에게 알려주고 그 원칙에서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부분을 계속 강조한다. 전화상이지만 이 사람은 내 얘기에 관심이 없구나 하는 걸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반면 제주의 업무 담당자들은 일단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들어주고, 이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없는지 같이 고민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업무 숙련도와 정확성 면에서 서울 업무 담당자들에 비해 부족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 일이 어떻게 해결이 되든 간에 "아, 이 사람은 지금 내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주려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장점들이 단순히 제주여서 가능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노형동과 연동같이 서울 못지 않은 혼잡한 도심지를 오가다 보니 그런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에서도 인구 밀집도가 높고 복잡한 도심지에서는 서울에서 벌어지는 모든 안 좋은 일들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