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이의 빨대 거북선. 주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보자.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었다.
이준수
나머지 공부가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칭찬의 효과가 다한 탓인지 문제 풀이 속도가 떨어졌다. 어떤 날에는 다섯 시까지 정해진 분량을 채우지 못해 숙제가 생기기도 했다. 가르치는 사람도 지쳐갔다. 남은 학교 업무를 퇴근 후에 싸들고 가서 했다.
'얼마나 참교사로 살 거라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솔직히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책임을 져야지. 오기로 석 달을 채웠다. 성적은 60점대 후반. 예전보다 딱 한 문제 더 맞는 점수였다. 자괴감이 들었다.
'고작 5점을 위해 10살 짜리의 황금 같은 오후를 뺐었나?'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오후 9시에 자는 어린이에게 여가 활동은 없었다. 하루 중 밥 먹고, 화장실 가고, 등하교 하는 일상들을 빼고 나니 남는 건 학습뿐이었다. 은준이와 하는 축구, 교문 앞 맛나분식의 떡볶이, 투니버스 만화영화처럼 다른 친구들 일기장에 당연하게 등장하는 소재들이 충만이에게 없었다. 삶의 균형이 어긋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다시 전화를 하려는 찰나 어머님이 찾아오셨다.
아들에게 여유를 주고 싶다고 하셨다. 애쓰시는데 미안하다고 덧붙이셨다. 자식 맡긴 부모에게 교실은 어렵다. 떨리는 발걸음으로 오신 그분의 뜻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죄송스러웠다. 내 욕심에 애를 붙잡아두고 성과도 없이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