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생 김봉두> 포스터. 대표적인 강원도 편견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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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횡성의 한 목장으로 소풍을 갔다. 출발하기 몇 주 전 체험학습 계약을 마치고 혼자 두근거렸다. '상쾌하게 산책하며 양과 소들이 살고 있는 산속 보금자리를 구경하는 코스라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안 그래도 시골에 사는 녀석들을 더 깊은 산골짜기로 데려가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철컥철컥' 출발하는 날 아침, 버스 안에서는 좌석벨트 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괜히 아이들 눈치가 보였다. '선생 좋자고 가는 여행도 아닌데...' 오늘 하루만큼은 특별히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안전점검 하면서 아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평범했다. 흥분과 들뜬 기분을 눈빛에서 읽을 수 없었다. 시선을 얼른 회피했다. '에ㅇ랜드나 롯ㅇ월드에 간다고 했으면 입꼬리가 하늘까지 솟았겠지?' 부릉부릉 고속도로의 차들이 버스를 추월해갔다. 시작부터 김이 빠졌다.
"차가운 소똥 냄새다!'"
더운 버스 안에서 졸고 있던 아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목장 안내판을 보고 누군가가 창문을 열었고 그 사이로 서늘한 기운과 묵직한 향기가 들어왔다. 뒷자리에 탄 세민이가 코를 막았다. 그 옆자리에 있던 호동이는 인상을 찌푸렸고 두 칸 뒤에 있던 지혜도 손을 얼굴 쪽으로 갔다 댔다.
'기어코 이렇게 되는구나' 혹시나 했던 불안이 현실이 되어 펼쳐지고 있었다. 목적지를 잘못 설정한 탓이라 여기고 침울해지려던 찰나, 먼저 버스에서 내린 무리가 내지르는 함성이 들렸다.
"우와~ 여기 진짜 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