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몽당연필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아껴 쓰는 아이도 있다.
이준수
어린이들도 돈이 '세속 세계의 신'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꽤 지났지만 여전히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는 카피 두 개를 소개한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ㅇ저(자동차 이름)로 대답했습니다.'
상업적이고 폭력적이다. 경제력으로 인격과 삶의 수준을 단정 짓다니! 당시 광고를 보고 분개한 시청자들이 회사에 항의도 하고 '천박한 자본주의'라는 주제로 블로그에 포스팅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제작자나 광고주는 이러한 광고가 비판받을 거라고 예상 못 했을까? 했다고 본다. 억 단위가 투입되는 일인데 댓글 내용 고민하듯이 카피를 짰을 리 없다. 먹히니까 한 거다. 대중들이 마음 조금 불편해도 결국 고개 끄덕거릴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광고가 나오는 일상을 초등학생들이 산다.
내가 '착한 척' 소비를 권장하는 이유
"너희들 모두 정년까지 보장되는 일터에 나가게 될 거야. 4대 보험도 받고, 퇴직금도 있고, 직장에서 나오더라도 할 수 있는 다른 자리가 널려 있을 거야."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하는 거야. 어른들은 돈 차곡차곡 모아서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몇 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도 가."
30년 전만 해도 평범하게 여겨지던 이러한 생각들이 현재는 개인적 소망이 되었다. 소득 격차의 심화와 불평등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앞으로도 비슷하리라 예상한다. 담임 말이라면 사자가 풀을 뜯어 먹었다고 해도 믿는 귀여운 꼬맹이들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교사 혼자만의 가치관과 상황판단일뿐더러 분수의 덧셈과 뺄셈이 어려운 꼬마들에게 감도 잡히지 않는 사회의 부조리니 어두운 미래니 하는 말은 정말 관심 밖일 것이다.
대신 나는 우리 반 친구들에게 착한 척 소비를 권장한다. 착한 척 소비는 윤리경영을 하는 기업, 가게의 제품을 구입하는 삶의 방식이다. 파견이나 계약직 대신 정규직을 고용하는 회사,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와 판매자 간 골고루 이익을 나눠 갖는 단체, 지역 주민센터에서 봉사하는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슈퍼마켓 등이 구매처에 포함된다.
이 방법을 쓰면 직접 기부나 봉사를 하지 않고도 뿌듯한 기분이 든다. 장기적으로는 다음 세대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더 안정적으로 고용될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행위도 된다. 그런데 선행을 티 내면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착한 척 소비는 보통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혹시 아는가? 아이들이 저곳에 취직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