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생협 매정사진 좌측 하단의 여성이 전단지를 열심히 나눠주고 있다
이희동
그 때문인지 현재 고베생협은 효고현(주도 고베시) 전체로 봤을 때도 결코 적지 않은 규모였다. 2015년 3월 31일 기준 160여만 명의 조합원(효고현 인구 557만 명, 고베시 인구 155만 명)으로 단위 생협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세대 조직률로만 해도 50.4%에 달한다. 소매유통시장의 점유율은 약 20%이며 피고용자 수도 9651명(정규직 2429명, 계약직 1801명, 시간제 5421명)이다.
이와 같은 고베생협의 성장을 단순히 고베 대지진 때문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지진이 하나의 전환점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베는 훨씬 전부터 협동조합의 도시였기 때문이다. 소위 일본 협동조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가가와 도요히코가 젊었을 때부터 활동했던 지역이 바로 이곳 고베이다.
가가와 도요히코. 우리 사회는 일제의 식민지 경험 때문에 일본의 위인들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세계적으로 슈바이처·간디와 함께 20세기 초 가장 헌신적인 사회운동가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기독교 목사였던 그는 고베의 빈민가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일본의 빈민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평화운동 등에 깊숙이 관련하였는데, 그중 가장 열정을 쏟았던 분야가 바로 소비자 생협과 의료 생협을 조직했던 협동조합 운동이다. 1921년에 설립된 고베생협은 그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지역생협으로서 90년 넘는 전통을 가진 고베생협. 그러니 고베생협이 대지진 당시 재해구호사업에 발 벗고 나서고 고베시민들이 생협을 남다르게 생각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