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하는 고베 시민고베항의 아침
이희동
우리에게는 단순히 커다란 한신 고속도로 고가가 넘어간 일로 기억되는 고베 대지진이지만, 모든 것을 빼앗긴 고베 시민들은 그 순간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무너지는 구조물과 그로 인해 불타는 수많은 목조건물들, 그리고 그 속에 갇혀 죽어가는 사람들. 그 생지옥 속에서 고베 시민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궁금했다. 그들은 이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1923년 관동대지진 때는 재해로 인해 야기되었던 공포와 사회적 불안 등을 말도 안 되게 조선인 탓으로 돌리며, 증오로 덮어버렸는데 1995년의 트라우마는 현재 어떻게 치유하고 있을까? 연수단의 다음 목적지인 커뮤니티 서포트 센터 고베(이하 CS고베)는 바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고베의 답이었다.
고베 대지진의 산물 CS고베아니나 다를까. 나카무라 준코(中村順子) 센터장은 CS고베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그 배경으로 1995년 고베 대지진 이야기를 시작했다. 비록 통역을 통한 설명이었지만 센터장의 표정과 몸짓에서 우리는 당시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고베 산간 지역에 살고 있어서 무사했다는 그녀는 덕분에 곧바로 재난구호 활동에 뛰어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진 등과 같은 재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물'이라고 했다. 일본은 인프라가 좋은 나라라서 최소한의 식수를 구하는 건 힘들지 않았지만, 화장실이나 샤워 등에 필요한 생활용수까지는 아니었던 바, 50여 명이 넘는 인원으로 임시조직을 만들어 약 2개월 동안 고령자나 장애인 등에게 우선적으로 물을 공급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