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덤프트럭 운전대를 잡고 공사현장 누벼온 박찬옥(57)씨
장재완
주로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덤프트럭 일은 겨울 석 달과 장마철 두 달은 비수기다. 1년 열두 달 중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6~7개월 정도. 일감이 많을 때 부지런히 일을 해서 비수기 때 구멍 나는 부분을 메우는 식으로 생활이 반복된다.
"우리는 주말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일 있으면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무조건 달려가야죠. 애들 어릴 적에 엄마아빠랑 놀러가고 싶다고 해도 못 갔어요. 남의 차 탈 때는 차주 말 들어야 하니까 못 움직이고, 내 차 탈 때는 할부금 내고 하다 보면 어려우니까 주말 없이 일해야 하고. 주말에 일하다 보면 외곽에 차가 많이 밀려요. 가족끼리 놀러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일 해야 하는데 차 막히니까 짜증도 나고 그래요."박씨는 주로 토사를 나르고 부리는 작업을 한다. 아파트나 건물을 지을 때 우선되는 작업이 흙을 파내는 것인데, 그렇게 파낸 흙을 회사 또는 업주가 지정해주는 장소에 가져다 부리는 것이다.
흙작업은 골재, 아스콘, 폐기물 등을 운반하는 것보다 '탕뛰기'가 덜한 것이 낫다면 나은 점이다. '탕뛰기'란 일당이 아닌 운행횟수로 임금을 받는 계약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과거 충남의 방파제 공사 현장에서 '탕뛰기'를 경험했던 박씨는 '아주 위험하고 못 할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15톤 탈 때 충남 어딘가 방파제 공사 현장을 갔었는데, 덤프로 후진하면서 흙을 채워나가는 일이었어요. 깜빡 잘못하면 차가 뒤로, 바다로 그냥 뒤집어지는 작업이었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탕뛰기 차량들 때문에 못 하겠더라고요. 한 번이라도 더 갔다 오려고 엄청 설치고 다니는 거예요. 작업 자체도 위험하고 신경 쓰이는데 순서대로 하는 게 아니라 앞지르려고 설쳐대니까 너무 피곤한 거죠. 탕뛰기가 사고의 원인이에요."그래도 박씨가 다니는 현장들은 탕뛰기를 없애기 위해 하루 임대료(일당)를 정해놓고 준다. 현재 25톤 덤프트럭의 하루 임대료는 55만 원선. 덤프트럭 운전자로서 가장 어려운 점,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씨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현실적이지 못한 임대 단가'라고 답했다. 물가도, 보험료도, 부속비도, 신차 가격도 오르는데 임대료는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의 행태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하루 8시간 일하면 기름값이 20만 원 내외로 들어요. 그나마 요즘 기름값이 내려서 그 정도고, 한참 비쌀 때는 기름값만 40만 원 가까이 들었어요. 거기에 장비값(덤프트럭), 운전사 일당 등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거죠."하루 큰돈이 오고가는 업종이다 보니 수입이 좋은 것 같지만 실제로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앞바퀴 4개, 뒷바퀴 8개가 들어가는 25톤 덤프트럭의 앞 타이어 한짝 교체비용이 55만 원, 뒷타이어 한짝 교체비용이 40만 원이란다. 거기에 자동차 보험료가 연 700만 원~1천만 원이 들어가니 차 한 대 굴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
"하도급 구조, 비현실적인 단가가 문제"박씨는 임대단가가 '건설공사 표준품셈' 만큼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공사 표준품셈'이란 건설공사 중 대표적이며 일반화된 공종 및 공법을 기준으로 공사에 소요되는 자재 및 공사량 등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건설사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작성·제출하게 된다.
"대전의 경우 표준품셈표상 15톤 트럭 하루(8시간 기준) 임대료가 80만 원가량, 25톤 트럭은 100만 원이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받는 금액은 50~60만 원 선이니 한참 못 미치죠. 하도급 구조가 문제예요. 원청에서 책정한 금액이 하청으로 넘어오면서 더 깎이니까요. 노조가 생긴 후로는 덜하지만 예전에는 배달사고도 많았어요."원청인 종합건설사가 하청인 전문건설사에 하도급을 주면서 애초에 책정된 단가보다 낮아지고, 거기에 중간업자까지 끼면 단가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씨처럼 공사차량을 운전하는 노동자들은 보통 하청의 하청인 중간업자에게 일을 받는데, 일만 시키고 돈을 주지 않고 도망가는 '배달사고'가 종종 일어났다고.
"처음에는 전문건설사 원망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전문건설도 원청의 횡포에 시달리는 약자더라고요. 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원청도 있고, 그래도 말 못하죠 약자니까. 지금은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을 해요. 중간업자가 아닌 전문건설사를 통해 직접 비용을 받게끔 하는 등 안전장치를 요구하죠. 많이 나아졌어요. 예전에 비하면 천지개벽한 거죠."박씨는 노조가 생긴 후로 현장의 작업여건이나 결제 시스템, 사람 간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소 긴 결제 기한이다. 현재는 일을 한 후 30~60일 사이에 결제가 되는데, 45일이 넘어가면 운전자가 미리 사용한 주유비 등의 카드 값을 2번 지불하게 된다. 회사 사정상 결제일이 늦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그 피해는 운전자에게 돌아가는 꼴. 박씨는 최소한 45일 이내에 결제가 되기를 희망했다.
"청춘 없었던 내 인생, 후회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