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시인이 마구간에서 다정이와 반갑게 인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도
'당근과 채찍'보다 말로 설득하다
홍 시인에게 다정이를 분양해 준 전 주인은 단단히 일렀다. 그러면서 '당근과 채찍'으로 당나귀 길들이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나귀에게 두 번 지면 평생 끌려 다니거나 인연이 끊어지게 마련입니다. 처음부터 바짝 잘 길들이십시오."홍 시인은 집으로 데려온 지 4개월이 지난 뒤부터 다정이를 본격 훈련시켰다. 홍 시인이 다정이를 강가로 데려가 고삐를 풀어주자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로, 천방지축 언저리를 뱅뱅 돌면서 날뛰었다. 홍 시인은 그때마다 전 주인이 가르쳐준 채찍의 유혹을 느꼈지만, 그는 계속 다정이에게 다가가 말로 타이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나는 네 등을 타고 유람하는 그런 호사는 절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너는 밥값은 해야 한다. 그리고 바보 숲 농원의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해야 네가 편케 살 수 있다." 그의 읍소가 주효했음인지 다정이는 곧 홍 시인의 말에 수긍하며 잘 따랐다. 이제는 다정이를 데리고 강둑으로 가면 제 놈은 풀을 뜯고, 홍 시인은 그 곁에서 책을 보는 등, 각자 자기 시간을 가진 뒤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한 번은 다정이를 앞세우고 강으로 가는데 그놈이 갑자기 꼼짝하지를 않더란다. 그럴 때 대부분 마부들은 어서 가라고 채찍질을 하기 마련인데, 홍 시인은 잠시 기다리자 5미터 앞 풀숲에서 장끼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가더라고 했다. 다정이는 사람보다 더 오감이 발달하여 풀숲의 그 장끼를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로 멈춘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까닭을 전혀 알지 못한, 아니 무시 한 채, 짐승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모양이라는 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