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숲 농원 닭님들이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하고 있다.
박도
닭님을 부모 모시듯
그날 오후 5시 무렵 홍 시인은 닭에게 밥을 주고자 부엌에서 정성껏 닭 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곁에서 지켜보니까 바보 숲 농원의 닭 밥에 들어가는 재료가 무척 다양했다. 무려 14가지라고 했다. 홍 시인 부인이 손을 꼽으며 하나하나 가르쳐줬다.
옥수수, 청치(파란 쌀), 미강(쌀겨를 발효한 것), 고추씨, 들깻묵, 풀씨, 물고기 발효하여 말린 것, 숯가루, 석회, 소금, 콩비지, 부엽토, 규석 등이라고 하는데 남한강에서 어부들이 잡은 배스나 부르길과 같은 생태계 파괴 외래종 물고기를 여주시에서 매입하여 바보 숲 농원에 무상 공급해 준다고 했다.
이는 어부에게도 농원에게도 이익을 주며 남한강의 어류도 보호하는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여주시의 정책이었다. 한달에 두 번씩 여주시에서 공급하는 물고기를 받으면 즉시 가마솥에 넣고 푹 고은 다음 여기에 청치 미강 등을 넣고 이를 건조기에 말린 뒤 닭 밥으로 쓴다고 했다. 농원의 가마솥은 무쇠 솥으로 이 무더운 여름날에도 장작으로 불을 땠다.
그는 당신 집 700여 마리의 닭님을 마치 효자효부가 부모 모시듯 온갖 정성을 다했다. 그러자 닭님들도 그들 부부를 따르며, 자기들의 가장 귀한 달걀도 주고, 자기들 마지막 몸뚱이마저 주인에게 기꺼이 맡기고 있었다.